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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트럼프여, 판문점 판문각으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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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북한이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 아래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및 경제건설 매진이라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채택했다. 이는 21일 청와대의 입장문대로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다.

이제 미국이 화답해야 할 차례다. 그러나 곧 열릴 북미정상회담 장소조차 아직 정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은 한국전쟁 이후 65년간 적대관계에 있던 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다. 그만큼 회담 장소가 갖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정상회담 장소를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이 경호와 보안 문제다. 그밖에 언론 보도의 편의성, 정치적 상징성도 고려된다.

정상회담은 이를 제안한 나라에서 열리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 개최에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제3국 개최를 선호하지만 조율이 쉽지 않은 듯하다.
세계 최강국 미국으로서는 정상회담이 어디서 열리든 대통령 경호 및 보안, 언론의 접근성에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북한은 내부적 요인, 안전에 대한 우려, 김 위원장의 노후화한 전용기 등 제약이 적잖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19일 북미정상회담의 평양 개최를 촉구하는 사평(社評)까지 실은 것은 이 때문이다. 환구시보는 무엇보다 "대화의 조건을 공평하게 만들려면 미국이 평양 개최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며 "회담 개최지가 미국이나 그 동맹국이라면 김 위원장의 절대적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데다 담판의 기세 측면에서도 북한에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북한이 비핵화 용의를 밝힌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으로 직접 가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물며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다고 선언하지 않았는가.

환구시보는 북미정상회담 장소의 마지노선을 '38선 내 북측 지역'으로 잡았다.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도 김 위원장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7일 남북정상회담은 어떤 면에서 북미정상회담보다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결과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의 데이비드 강 국제관계학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이 메인 이벤트"라며 "남북정상회담 결과가 좋지 않으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고 한반도 긴장은 다시 고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장소가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이다. 판문점은 1953년 7월 27일 북한ㆍ중국ㆍ유엔 사이에 정전협정이 조인된 곳이다. 그만큼 상징성이 큰 공간이다.

미 국부무 자문 출신으로 한반도 안보정책에 정통한 존 배리 코치 박사는 홍콩 영자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19일자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3의 침입자(a third-party interloper)'를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상징성에다 '제3의 침입자'까지 배제한 장소, 38선 내 북한 측 마지노 지역으로 판문점 북측 시설인 통일각을 고려해볼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비밀리에 만났으나 정상회담 장소 문제를 정하지 못했다면 이제 남은 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다.

빅토리아 코츠 백악관 특별보좌관은 미 공영방송 PBS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미정상회담의 평양 개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어떤 것이든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깜짝 쇼'의 대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 개최를 부담스러워한다면 판문점 판문각으로 오라. 감동적인 깜짝 쇼가 될 것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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