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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영화 '겟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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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문화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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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신문에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라는 칼럼을 연재하는 박욱주는 지난해 6월 4일자와 11일자 등 두 차례에 걸쳐 영화 '겟 아웃'을 언급한다. 칼럼 제목부터 선명한 질문을 담고 있는데, '한 사람의 신체에 다른 사람 뇌를 이식하면 영혼은 누구의 것?(4일자)'과 '영화 겟 아웃의 뇌 이식, 성경적 인간 이해와 적합한가?'(11일자)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아미티지 가족은 백인들로, 장기이식을 위해 젊은 흑인들을 인신매매한다. 이들은 젊고 건강한 흑인 사진작가 크리스를 속여 희생물로 삼으려 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식하려는 장기는 몸 전체다. 바꿔 말하면 장기이식 의뢰인의 뇌를 꺼내 희생자의 머리에 이식한다는 것이다.

박욱주는 뇌 이식 후 인격의 전이를 대중문화, 인간학, 의료윤리, 사회적 관점에서 세밀하게 살핀다. 기독교적 입장에서도 생명윤리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담론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생명 연장을 위한 인격의 전이라는 공동의 목적 하에 인간복제나 인공지능 기술과 융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세 가지 질문을 한다. 첫째, 뇌 이식은 살인인가? 답은 "그렇다." 둘째, 뇌 이식은 기존 인격의 부활인가? 답은 "(뇌이식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그렇다고 주장하려 들 것이다." 셋째, 뇌 이식은 새로 융합된 인격의 창조인가? 박욱주는 "대중문화는 점진적으로 이를 부각시키고 있고, 대중은 거기에 맞춰 인식을 변화시켜나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가 보기에 "새로운 인격의 창조가 두 인격의 소멸을 대가로 하는 것이라면 종교적 관점으로 볼 때 뇌 이식은 타의적이라면 살인, 자의적이라면 자살로 규정될 수 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사람의 인격은 신의 형상(imago dei)에 따라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뇌 이식은 신적 창조섭리에 대한 인간의 개입이다. '백인의 뇌가 이식된 흑인의 몸에서 누가 진정한 자아인가?'라는 물음은 "칸트적 윤리에 입각해, 뇌의 주인인 백인을 불법침입자로 규정"함으로써 갈음된다. 그러니 영화 겟 아웃은 '사람의 자기 정체성이 근본적으로 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일원론적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 신학박사로서 목회자로 일하며 신학대학원에서 가르치는 학자의 당연한 결론이다.

우리는 인간의 몸을 더듬어 먼 길을 왔다. 나는 2016년 7월 1일자에 '마라의 죽음과 생식기'를 써서 혁명가 장 폴 마라의 죽음과 그의 옆구리에 난 상처로부터 여러분을 안내해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의 눈길은 상처를 더듬는 손가락과 손, 팔과 어깨와 등을 거쳐 엉덩이와 허벅지를 향해 탐욕스럽게 흘러내렸다. 잠시 발끝에 머무르며 가장 낮은 곳을 향한 헌신, 가장 낮은 자들의 헌신, 그리하여 우리 몸뚱이 가장 낮은 곳에 거하며 인간과 대지를 잇는 정신의 다리를 흠향하고 유예된 진실과 미완의 희망을 엿보았다. 이제 훌쩍 뛰어 머리를 살핀다. 발은 대지를 호흡하는 장기이며 머리는 꿈을 꾸는 도구이다. 신이 인간을 빚되 그 허리를 곧추세워 밤하늘의 뭇별을 보게 함도 곧 꿈꾸게 하려 함이라.

우리의 여행은 이제 종착점이 멀지 않다. 힘을 내자.
문화부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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