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리에 있는 L극장에서 지난 9일 밤 영화 '1987'을 보았다. 알려진 대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이한열의 최루탄 피격과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도 보았다고 한다. 영화는 의미에 재미를 더해 흥행에도 성공했다. 영화 속에서 이한열(강동원)과 여주인공 연희(김태리)를 연결하는 코드 가운데 하나가 '타이거'라는 흰색 운동화다. 이한열은 선혈을 뿜으며 쓰러질 때 운동화 한 짝을 잃어 '모노산달로스'가 된다.
"하느님께서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에게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하고 물으시니 카인은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하고 잡아떼며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창세기의 이 물음이 오늘 우리에게 던져지고 있습니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희 아들, 너희 제자, 너희 젊은이, 너희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탕하고 책상을 치자 억하고 쓰러졌으니 나는 모릅니다', (중략) '국가를 위해 일을 하다 보면, 실수로 희생될 수도 있는 것 아니오?',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 사람이 한 일이니 우리는 모르는 일입니다'라고 하면서 잡아떼고 있습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
1987년 6월의 시민혁명은 청년 박종철과 이한열의 심장을 민주의 제단에 바친 다음의 일이었다. 이 희생 앞에 누가 지분을 주장하는가. '보수정권이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혔다'는 주장은 혀를 찰 가치도 없다. 박종철은 부산, 이한열은 화순의 아들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외치는 국민의 외침 속에 영남과 호남의 분별은 없었다. 사실이 이러하거늘 30년을 거슬러 누가 호남의 맹주를 입에 담는가. 영남을 기반 삼아 정치하겠다는 자 누구인가. 지역을 들먹여 표를 구하려는 자, 그들은 박종철과 이한열이 흘린 피를 밟고 서 있다. 추기경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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