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을 좌수 대신 곤장(棍杖) 열 대만 맞으면 한 대에 석 냥씩 서른 냥에다 말 타고 갈 삯으로 닷 냥을 더 주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정신이 번쩍 든 흥부가 착 달라붙는다. "매품 팔러 가는 놈이 말 타고 갈 것 없고, 내 정강말로 다녀올 테이니 그 돈 닷 냥을 나를 내어 주제." 돈 닷 냥을 받아 들고 흥부가 희희낙락하여 읊는다. "얼씨구나 좋구나 돈 봐라 돈 돈 봐라 돈, 돈, 돈, 돈, 돈을 봐라 돈…."
'흥보가'만 보고 "곤장, 그거 맞을 만했나 보네"하고 생각했다면 그 생각 고치기 바란다. 역사학자 심재우가 한국역사연구회 홈페이지에 기고한 '죄와 벌의 사회사-곤장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이런 글이 보인다. "곤장을 잘못 맞았다가는 속된 말로 뼈도 추스르기 힘들었는데, 한말 선교사들이 남긴 견문기에서는 불과 몇 대에 피가 맺히고 십여 대에 살점이 떨어져 나가더라고 곤장을 맞던 죄인의 참상을 전하고 있다."
곤장은 모두 다섯 가지였다. 중곤(重棍), 대곤(大棍), 중곤(中棍), 소곤(小棍)과 치도곤(治盜棍). 치도곤은 포도청, 유수, 감사, 통제사, 병사, 수사, 토포사, 겸토포사, 변방의 수령, 변장(邊將) 등이 도적을 다스리거나 변정(邊政)ㆍ송정(松政)에 관계된 일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길이는 약 173㎝, 두께는 약 3㎝, 너비는 약 16㎝였다. 흥부가 매품 팔기에 성공했다면 치도곤을 맞았으리라.
이 눈물이 어찌 소리판의 해학에 머무르겠는가. 화장실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아무도 보지 않는 구석진 곳에서 지친 몸을 달래는 극빈의 삶이 우리 주변에서 숨 쉬고 있다. 이토록 절박한 가난, 그러나 삶을 향한 굳은 의지는 볼기를 맞아서라도 식솔을 거두려는 흥부의 마음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절박한 약자들이 무릎 꿇어 선의를 호소하는 시대는 결코 정의로울 수 없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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