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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천의 막전막후] 홍콩 염정공서에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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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천 본지 편집국 전문위원

박관천 본지 편집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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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경찰과 범죄조직의 검은 거래, 불법무기, 성매매, 마약 등의 단어는 1980년대부터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홍콩영화의 익숙한 소재다.
실제로 1970년대 영국의 통치를 받던 홍콩은 ‘홍콩 느와르’라는 경찰과 폭력조직간의 유착을 다루는 영화 장르가 탄생할 만큼 부패가 만연했고 뇌물이나 권력유착이 없으면 어떠한 민원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러던 홍콩이 2017년 1월 국제투명성기구(IT)가 발표한 2016년 기준 세계국가 부패지수(CPI 2016)에서 15위로 7위인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국가 두 번째로 높았다. 반면 한국은 같은 조사에서 52위에 머물렀다.
‘부패정부’의 상징이던 홍콩이 청렴국가로 거듭난 데는 지난 1974년 출범한 염정공서(廉政公署,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가 큰 역할을 했다.
염정공서는 염정공서법, 뇌물방지법, 선거부정 및 불법행위방지법 등 당시 병든 홍콩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로 인식되었던 ‘부패방지 삼륜법’의 뒷받침을 받으며 강력한 권한을 가진 부패방지기구로 출범했다.
염정공서도 출범 초 행정장관 직속의 강력한 기관으로 경찰?검찰 등 권력기관과의 관계에 있어 옥상옥(屋上屋)이라는 염려를 받았지만 국민의 절대적 신뢰와 부패척결에 대한 국가의 의지가 밑바탕이 돼 이를 극복했다. 2007년 발표 된 홍콩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홍콩국민 99%가 염정공서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지난 2007년 홍콩 출장 중 2002년 염정공서의 서장을 역임했고, 2003년 홍콩 보안국장(장관급)을 역임한 엠브로즈 리(李少光)를 만났다. 당시 그는 ‘클린홍콩’의 현주소에 대해 “청렴한 홍콩의 원동력은 염정공서 설치와 지속적인 국민교육이었다”며 법치주의에 대한 홍콩정부의 의지와 국민들의 부패청산 노력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헌법기관인 감사원을 비롯해 대통령비서실 산하 민정수석, 국가기관인 검찰, 경찰이 있고 2001년 제정 된 부패방지법에 의해 부패방지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까지 출범시켰으며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부패와의 전쟁을 강조하였지만 번번히 실패하였다.
이러한 노력들이 왜 실패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때이다.
그 이유로는 우선 대통령 등 최고위층이 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였다는 점과 사정기관의 조직 이기주의에 연유하는 업무태만을 꼽을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드러나는 대통령 및 측근들의 비리, 권력기관의 셀프수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 등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낮설지 않은 광경이 되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권고안을 발표하자 슈퍼 공수처 등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고 향후 관련 법안 통과 등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공수처 설치의 찬반 여부를 떠나 부패척결에 대한 공감은 국민모두가 염원하는 것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불과 1년 전 많은 국민들이 최고권력자와 측근들의 비리에 분노하여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고 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현재 진행형이다. 국민들도 이제는 권력층의 비리에 지쳐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니 부패척결에 대한 국민의지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문재인 정부의 강한 의지와 국민열망에 의해 공수처가 출범 준비를 하고 있다. 홍콩의 염정공서처럼 ‘클린코리아’를 이루기 위한 주춧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가 자양분이 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원칙과 신뢰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홍콩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있다면 그것은 법의 지배이다(If Hong Kong has a defining ideology, it is the rule of law)"라는 홍콩 홍보 책자의 첫 문장이 오늘따라 새롭다.



박관천 전문위원 parkgc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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