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자연처럼 일종의 순환과 성숙의 연속이다. 낮과 밤, 밀물과 썰물, 그리고 탄생과 죽음의 교차! 일할 때가 있고, 쉴 때가 있고, 머무를 때가 있고, 떠나야 할 때가 있다. 인생살이도 익숙함과 낯섦, 고요함과 방랑, 안주와 탈주(脫住)의 수레바퀴를 굴러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더 큰 만남과 성숙과 결실을 향해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 흔쾌히 떠나는 것이다. 철학자 마르셀(G. Marcel)은 인간을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즉,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했다. 인간은 원래 성숙과 완성을 위해 '길을 가는 사람', 길 위의 존재인 '도상(途上)의 존재'이지 않은가!
저러한 나만의 격정과 환상에 이끌리게 하는 휴가의 기분(pathos)에 함몰될 때 우리가 흔히 놓치기 쉬운 것, 실수하기 쉬운 것이 휴가의 윤리와 품격이다. 인간은 개체로서 '홀로서기'도 하지만 동시에 타인들과의 '모듬살이' 안에서만 진정한 성숙과 행복을 꾀할 수 있다. 이런 모듬살이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에티켓과 윤리이다. 기내(機內)에서 신발을 벗는 행위는 자신에게는 유쾌하지만, 타인들에게는 불쾌하다. 모처럼의 휴가 장소에서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지 않을 때 타인들에게 불쾌함과 불편함을 주게 마련이다. 자기의 기분만을 위해 윤리적 품격을 잃은 휴가는 타인들의 금쪽같은 휴가에 상처와 흠집을 내고 끝내 자신의 성숙을 방해하는 부메랑으로 다가온다. 물론 건강한 휴가윤리를 위해서는 개인의 품성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사회적 환경적 조건 개선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윤리(倫理)란 일반적으로 행위의 지침이 되는 '사회적ㆍ 도덕적 규범'을 가리킨다. 그것은 영어 'ethics'와 독일어 'Ethik'의 어원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에토스(Ethos)에서 유래한다. 에토스는 '인간이 거주해야 하는 근원적인 세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세계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존재들이 각자의 존재감과 고유한 본질을 찬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세계다. 이러한 세계에서 거주의 에토스는 서로 자신들의 고유한 본질을 발현하도록 배려하고 돕는 성숙한 마음이다. 윤리적 선한 행위란 타인들의 성숙과 행복을 돕는 행위이고, 악한 행위란 타인들의 성숙과 행복을 왜곡하거나 파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어디에서든지 모든 존재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본질을 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배려하는 윤리적 세계를 지향해야 한다.
강학순 안양대 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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