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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베네수엘라 젊은이들의 이유있는 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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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마리 슬로터 교수

앤마리 슬로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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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지난 4월 1일 시작된 반(反)정부 시위로 지금까지 시위 참가자 115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가운데 50명 이상이 30세 미만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10대다.

베네수엘라 국민의 시위에는 분명한 게 두 가지 있다. 첫째, 주로 중산층 위주였던 2014년 니콜라스 마두라 대통령 반대 시위 보다 참가자 수가 훨씬 많고 사회경제학적으로 계층이 다양하다. 둘째, 시위자들 중 상당수가 청년층이다.
2013년 사망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인 2007년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것도 젊은이들이다. 2014년 창궐하는 폭력범죄에 항의하고 시위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이도 젊은이들이다. 지금도 신세대 젊은이들이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시위에 앞장 서고 있다.

100일 넘게 이어지는 시위에서 베네수엘라의 젊은이들은 높은 실업률과 경제적 기회 박탈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지난해 시위 가운데 70%는 경제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일자리가 가장 큰 문제였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1년 넘도록 공식 실업률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현지 주민들, 그 중에서도 식료품ㆍ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없는 젊은이들의 고통은 더 크다.
마두로 정권에 특히 위협적인 것이 젊은이들이다. 오늘날 베네수엘라 젊은이들은 잃을 게 없다. 2014년 시위 당시 한 대학생 지도자는 "일어나야 한다"며 "정부가 우리의 미래를 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성세대의 셈법은 다르다. 그들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현재 누리고 있는 재산과 밥줄이 위협 받는 걸 원치 않는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위는 정권 탓이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포퓰리즘 물결 속에 1998년 집권 후 '제3차 교육(중등학교에 이어지는 대학 및 직업 교육 과정의 총칭)' 투자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2010년 베네수엘라 국민의 대학 진학률이 세계 5위에 이를 정도였다.

당시 설립된 대학 중 상당수가 차베스 정권과 밀착돼 있었다. 차베스 정권은 학생들에게 친(親)정부 집회 참여를 요구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졸업 후 공무원 자리를 약속했다.

차베스 정권은 공약을 지키기 위해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에 손댔다. 그러나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대학 교육에 쏟아 부어 대졸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이 아니다.

이윽고 2014년 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수년 동안 경제가 잘못 운영된데다 유가까지 급락하자 베네수엘라 젊은이들의 앞날은 암담해졌다.

젊은이들은 변화와 기회를 요구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공약(空約)' 위에 세워진 마두로 정부는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문제는 시위대와 정부 중 어느 쪽이 먼저 지쳐 주저앉느냐 하는 점이다. 2014년 소요사태 당시 시위대의 비공식 표어는 '지치면 패한다(El que se cansa, pierde)'였다. 당시 먼저 지쳐 주저앉은 쪽은 시위대다.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자 시위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시위 양상은 좀 다른 듯하다. 시위대의 요구사항이 매우 구체적이다. 공정한 대통령 선거, 정치범 전원 석방, 식료품ㆍ의약품 보급을 요구한 것이다. 시위대는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거리를 떠나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물자부족을 시위대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국민을 달래려면 인기영합적인 미사여구(美辭麗句) 그 이상이 필요할 듯하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지금 목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포퓰리즘에 진저리가 나고 거리에서 지쳐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고.

앤 마리 슬로터 프린스턴대학 국제정치학과 명예교수, 前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 Project Syndicate / 번역: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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