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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빈집공포 카운트다운, 도시재생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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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빈집 수는? ①106만8919가구 ②84만 가구

①번과 ②번의 보기엔 20만 가구 이상의 차이가 있지만, 둘 다 정답이다. ①번은 통계청이 5년마다 시행하는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확인된 통계다. 반면 ②번은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올 초 발표한 '대한민국 2050 미래 항해' 보고서에 실린 수다. 양 기관의 조사 시점은 2015년으로 똑같았지만 결과는 천지 차이다. 만약 이 질문을 국토부의 A과장과 통계청 B과장한테 던진다면? 자칫 서로 다른 답을 내놓고 정답이라고 우기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빈집의 수조차 제대로 알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동안 빈집은 저성장ㆍ고령화와 맞물려 더 늘고 있다. 사람이 살던 주택이 빈집이 된 사연은 다양하다. 재개발ㆍ재건축 과정에서 방치됐거나 노후도가 심각해 폐가로 버려졌을 수 있다. 하지만 사유 재산이라 지자체가 나서 선뜻 철거하기도 어렵다. 대부분 훼손된 채 오랫동안 내버려 두다 보니 주변 경관의 훼손은 물론 마을의 슬럼화도 부추긴다. 흡사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주변으로 확산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과 비슷한 모습이다. 이는 우리보다 10여년 앞서 저성장ㆍ고령화를 겪은 일본에서도 나타난 일이다.

문제는 한 채의 빈집이 공동화 현상으로 번지는 현상이 일부 중소도시에 한정된 사안이 아니란 점이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만 하더라도 7만9000가구(서울연구원 통계)가 빈집으로 방치돼 있다. 특히 서울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자치구는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구다. 이는 빈집이 대도시, 부촌 등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머지않아 대한민국 전체가 빈집 공동화 현상에 몸살을 앓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설상가상 빈집의 증가 속도는 가팔라지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어선 상황에서 매년 50여만가구가 새로 공급돼 빈집의 가속화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5년 전국에 분양된 주택은 52만5000가구가 넘었고 작년에도 46만9000가구가 공급됐다. 올해 분위기 역시 다르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주춤했던 건설사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주택산업연구원이 제시한 연간 적정 주택공급량 33만가구를 크게 웃돈다. LX가 2050년 빈집 수가 302만 가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였다.
빈집 공동화에 대한 공포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제대로 된 관리방침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빈집 관리의 가장 기본인 통계조차 조사 기관마다 다른 게 우리의 현주소다. 때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임기 내 50조원을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동네 본모습을 유지하는 기존 도시재생 방식에 일부 전면 철거 방식과 역세권 개발 등을 결합해 구도심을 살리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이같은 도시재생 사업 성공의 키는 빈집이 갖고 있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빈집을 도시재생 과정 중 공유재산으로 적절히 활용한다면 주거난 해소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가장 중요한 건 뼈대다. 새 정부는 5년 내 결과물을 내겠다는 다급함을 버리고 그동안 자치단체가 정비를 맡아온 빈집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종합적인 접근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공급에 집중된 주택정책의 전면 재조정과 함께 노령화 대책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씨앗을 뿌리면 5년 후 튼실한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거다. 그래야 빈집의 공동화로 심각한 몸살을 앓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이은정 건설부동산 부장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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