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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제약산업이 '국민산업'인 이유

최종수정 2017.04.27 14:35 기사입력 2017.04.27 14:00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보건 분야에 몸담은 수십년 동안 '제약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살아왔다. 지난 3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더 절실해졌다. 바로 '국민산업'이기 때문이다.

2009년 전 세계를 판데믹 상태로 몰아넣은 신종인플루엔자 사태에서 의약품 보유 유무가 국가적 위기를 넘어 전 인류의 생명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음을 절감했다. 당시 우리나라도 백신 비축량이 부족한 탓에 다국적 제약사에 사절단을 급파해 백신을 구걸하는 참담함을 겪었다. 새로운 질병의 출현을 계기로 보건은 안보차원에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우수한 의약품 생산과 자급 역량은 자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척도가 됐다.

하지만 일부 선진국을 제외한 많은 국가들은 자국의 제약산업 기반이 무너져 제약주권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권의 경우 제약시장의 80% 이상을, 브라질과 페루 등 중남미 국가들도 70% 이상을 수입 의약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필리핀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세계 각국 평균치보다 15배 비싼 가격으로 구입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완제의약품 자급도는 80%에 육박하고 있다.

경제로 눈을 돌려보자.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산업인 제약ㆍ바이오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 의약품시장은 2005년 이후 연평균 6%대의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해 약 1200조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앞으로도 연평균 4~7%의 성장속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조선, 건설, 정보기술(IT), 자동차 산업의 뒤를 이어줄 산업을 발굴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당면한 과제다. 세계 최고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해 임상 인프라와 높은 기초과학 수준 그리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갖춘 우리나라는 제약강국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신약 개발에 뛰어든 지 30년에 불과한 한국 제약기업은 2015년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달성이라는 의미있는 성과를 내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03년 항생제 팩티브가 처음으로 의약 종주국인 미국에서 약을 시판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이래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받은 의약품이 해마다 늘고 있다.
완제의약품 수출도 최근 10년간 평균 15%대의 증가율을 보일 정도로 매해 고성장하고 있다. 2014년 산업 분야별 기술무역 수지비(기술수출액/기술도입액)를 보면 보건의료 분야가 1.81로 전 산업분야 중 가장 높다.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정부는 물론 국내 2400여개 제조업체(2016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도 제약산업이 중심인 바이오ㆍ헬스 등을 미래 유망산업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제약ㆍ바이오 강국이 되기 위해 정책적인 뒷받침은 반드시 필요하다.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과 10년 가까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신약개발을 기업만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가 1100만명에 불과한 벨기에는 자국의약품 생산액의 4배가 넘는 52조원에 달하는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다. 국가 총 수출액의 11%를 의약품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더불어 세금감면, 인센티브 등 정책지원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1200조원 세계 제약시장에서 20조원 규모인 우리 제약산업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R&D라는 기초체력을 다지고 있다면, 부딪혀서 이겨낼 수 있는 덩치를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다. 지속적 R&D 투자와 글로벌 가격경쟁이 가능하도록 약가제도의 합리적 개선과 중장기적이고도 꾸준한 육성계획을 실천해 나갈 컨트롤타워 신설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민관 협의기구 성격의 컨트롤타워에서는 정부의 R&D 지원, 허가ㆍ규제, 보험약가제도 등의 다양한 정책과 정부 간 통상협력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제약산업은 질병으로부터의 해방, 건강증진 등 국민건강권 확보의 토대가 되는 사회보장 성격의 산업인 동시에 국가경제에 활력을 주는 미래 먹거리 산업이다.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공공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춘 '국민산업'인 제약산업에 대해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할 때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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