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두보가 쓴 ‘춘망’(春望)이라는 시의 일부다. 양귀비가 27세의 나이에 62세 현종의 귀비(제2부인)가 된 이후 양귀비 일족은 권력과 영화를 누렸다. 절도사 중 한 명이던 안녹산은 양귀비 일족의 횡포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무장 사사명과 손잡고 난을 일으켰다. 결국 양귀비와 그 일족은 살해되고 현종은 퇴위 당했다. ‘춘망’은 이 당시 나라의 어지로움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이제는 안녹산의 절친한 친구였던 사사명이 안경서를 죽인다. 공교롭게도 사사명의 운명도 친구를 따라간다. 그는 첩의 소생에게 살해당한다. 1200여년 전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야말로 패륜의 연속이며, 그 중심엔 권력이 있었다.
그보다 앞선 측천무후는 한 술 더 뜬다. 당 태종의 후궁으로 입궁했다가 태종이 죽자 비구니가 되었다. 그러다 다시 고종의 후궁으로 들어와 4남2녀를 낳았다. 그가 황후를 축출한 과정은 ‘희대의 악녀’라고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게 만든다.
권력을 쥐어본 일이 없으니 알 길이 없지만, 그 안에는 분명 마성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 제정신 박히고서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자행됐던 것을 보면 그렇다.
베토벤은 나폴레옹을 열렬히 지지해 헌사하는 교향곡을 짓기도 했는데, 나폴레옹이 황제 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런 속물!”이라고 외치며 헌사를 취소했다고 한다.
물건을 보면 갖고 싶은 ‘견물생심’처럼 권력도 유사한 것 같다.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싶으면 속물이거나 혹은 괴물로 변할 수 있다. 소신과 철학보다는 권력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한다. 역사 속 숱한 ‘민중의 영웅’들이 권력을 잡은 이후 독재자로 전락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매의 눈’으로 누가 더 속물인지, 혹은 괴물인지를 잘 감별해야할 때다. ‘봄날의 소망’이 꽃처럼 피어나기를 바라면서.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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