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수출 100억달러를 이룬 1977년, 일본은 이미 우리보다 8배 넘게 수출한 무역대국이었다. 지난해 기준 일본의 경제규모는 한국의 6배다. 경상흑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1593억6000만달러로 한국(32억달러)의 50배였다. 2010년까지만 해도 일본의 경상흑자는 2000억달러를 넘었다. 이런 일본을 한국이 경상흑자로 누른다면 역사적 기록으로 남을 만하다.
이런 판에 한국은 휴대전화ㆍ반도체ㆍ자동차 등 주력제품의 수출이 잘돼 경상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전기전자ㆍ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고전 중이다. 내수도 부진해 체감경기가 냉냉하다. 경상흑자의 상당부분이 국내 설비투자 부진에 따른 수입 정체의 산물인 불황형 흑자라는 점도 꺼림칙하다.
환율 또한 변수다. 경상흑자가 원화가치를 둘러싼 국제통화 갈등을 불러일으켜 수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상흑자 행진이 이어지자 미국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원화 저평가와 우리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딴죽을 걸고 있다. 장기적으로 엔저효과와 합쳐지면 엔저와 원고(高)가 맞물리면서 일본과 경쟁하는 주력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밀려 경상흑자가 재역전될 수 있다. 내년에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가 중단되면 국내 증시에 들어온 외국인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며 원화가치가 급변동할 수 있다. 일시적 현상에 취해 호들갑을 떨 때가 아니다. 경상흑자 안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제대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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