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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부동산 불패라는 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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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이른바 '흙수저' 청년이 사회에 첫 발을 디뎠다고 해보자. 부모는 성실했지만 성실만으로 부를 얻을 수는 없었다. 자식의 대학 등록금을 대는 것도 벅찼다. 이 청년은 부모의 재산을 기대하기는커녕 노후를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자신의 학자금 대출이라는 빚을 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오래된 '바늘구멍', 취업의 문도 어찌어찌 뚫었다. 부모 못지 않게 성실하다. 행복은 최소한의 물질과 마음의 평화에서 찾을 수 있겠다. 이 청년이 물질에서 좌절한다면 우리 사회는 불행하다. 행복의 여부가 선천성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행복할 수 있을까. '의(衣)'와 '식(食)'은 대충 가능하다. 한우을 못 먹는다고, 고가 브랜드 옷을 입지 않는다고 해서 꼭 불행하지는 않다. 마음을 다스리면 편차는 크지 않다. '주(住)'가 문제다.

PIR(Price to income ratio)란 통계가 있다. 평균 집값을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개념, 즉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얼마나 모아야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서울 지역의 경우 12.8배다. 몇 년 전만해도 그나마 8~9배 수준이었는데 가파르게 치솟은 결과다. 물론 돈을 안 쓰고 살 수는 없다. 평생 일해도 집 한 채 갖기 힘들다. 서울의 평균 집값이 6억3000만원, 아파트만 놓고 보면 7억5000만원에 이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집은 누구나 필요한 보편적 물질이지만 시장은 특정 부류에게만 허용된다. 마치 중세에 지주의 땅을 빌려 먹고 살았듯이, 다수가 다주택 보유자들의 집을 빌려서 살아야 하는 시대다. 마치 데자뷰처럼, 다시 그린벨트를 풀어서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부상했다. 하지만 '반값 아파트'라 불리는 보금자리주택이나 신도시 건설은 줄곧 해왔던 바다. 모두 알다시피 집값은 계속 올랐다. 한정된 토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누군가 많이 가지면 다른 누군가의 삶은 고달파질 수밖에 없다. 언제나 해법은 여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인류는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행복은 상대적이다. 의식주는 기본이다. 해결돼도 행복은 쉽지 않다. 기본부터 어그러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또 상대적 박탈감의 수렁에 가두는, 부동산 불패 신화 따위는 이제 접었으면 좋겠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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