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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매너가 US오픈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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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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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매년 여름이 끝날 때 쯤이면 미국 뉴욕에서는 'US오픈' 테니스 대회가 열린다. 영국의 윔블던 다음으로 역사가 오래된 대회인 만큼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것 같아 짬을 내 테니스장을 찾았다. 테니스라는 종목이 귀족 스포츠, 백인의 스포츠로 알려진 것은 익히 들었지만 티켓 예매에서부터 입장절차까지 불친절함과 위압감이 느껴졌다. 메이저리그 야구나 유럽 축구 경기에서 느껴지는 흥겨운 분위기보다는 도도함이 강했다. 편하진 않았지만 테니스 특유의 문화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20세기초까지만 해도 테니스는 귀족에게만 허용된 사교 문화였다. 윔블던 챔피언십의 경우 선수들의 유니폼과 모자, 신발, 양말, 심지어 속옷까지 흰색을 입도록 권장한다. 윔블던의 경우 선수들뿐 아니라 관중에게도 드레스코드를 강요한다. 로열석 관람객은 정장 차림이 아니면 관람할 수 없다. US오픈은 4개 그랜드슬램 중에는 가장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테니스 특유의 문화는 남아있었다. 여전히 많은 관람객들이 옷을 갖춰입었고 관중들에게 요구되는 에티켓도 있다. 경기 중에 쉽게 움직일 수 없다는 점, 점수가 나기 전까지 어떤 소음도 내서는 안 된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US오픈에서 교민들이 한국의 정현 선수를 일방적으로 응원한 것을 두고 비난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테니스가 정말 '귀족적인' 스포츠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있었다.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미국의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가 주심에게 '거짓말쟁이', '도둑'이라고 거칠게 항의한 일 때문이다. 세레나는 게임 도중 코치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고 서브 리시브에 실패하자 라켓을 내리쳤다가 포인트 페널티를 받았다. 이에 대해 심판에게 거친 말로 항의하다 재경고를 받았고, 결국 세트스코어 0-2로 졌다.

윌리엄스는 "비슷한 행동을 하는 남자 선수들에게는 관대하지만 본인이 여자 선수라서 페널티를 받았다"고 항의했다. 이 문제는 성차별, 그리고 인종차별 문제로 이어졌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없다. 이미 그는 흑인 여성 테니스 선수로서 수차례 차별을 겪었을 테다. 민감한 결승전에서 화가 날 만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윌리엄스는 이미 '테니스 여제' 자리에 오른 선수였던 만큼 스포츠맨십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봤으면 어땠을까 싶다. 더 아쉬웠던 점은 윌리엄스가 심판에게 항의할 때 보냈던 미국 관람객들의 환호성이다. 미국 관람객들은 상대 경기자였던 일본 선수 오사카 나오미 선수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시상식에서도 팬들의 야유가 쏟아지자 결국 오사카는 "이겨서 미안합니다"라는 인터뷰를 하고 말았다. 뒤늦게 윌리엄스가 "야유는 그만하자"고 팬들을 설득했지만 이미 시상식의 분위기는 망가졌다. 미국 언론들도 대부분 세레나의 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세레나를 두둔하고 심판 탓을 하고 나섰다.

우리가 스포츠 경기를 보는 이유는 선수들의 실력을 보려는 것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스포츠맨십을 느끼려는 이유도 크다. 그런데 이번 US오픈에서 미 관중들이 보여준 편파적인 모습은 스포츠맨십, 귀족 스포츠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관중 매너는 결코 폴로셔츠를 입고 드레스코드를 맞춘다고 해서 수준높은 것이 아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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