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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플랫폼 규제 '역외적용' 법안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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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짜뉴스 모니터링ㆍ삭제의무, 검색순위 노출금지, 아웃링크 강제, 댓글실명제, 기사배열 자동화 강제 등 플랫폼사업자에 특정 서비스 방식을 강제하는 법안이 연일 국회에 제출됐다. 뿐만 아니라 경쟁상황평가 도입, 망중립성 원칙 폐기, 제로레이팅 등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플랫폼서비스에 대한 강력한 규제들도 충분한 숙의 없이 국회에 계류돼있다.

이런 규제안들에 대한 가장 합당하면서도 강력한 반대논리는 국내 사업자에만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다. 결국 동일한 서비스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데, 외국 기업에는 적용되지 못함으로써 내국 기업 경쟁력만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미 선례가 충분하기 때문에 이러한 반박에 그 누구도 특별한 이견을 제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에 국회는 또다시 부랴부랴 '역외적용' 규정도 함께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역외적용이라 함은 외국인 또는 우리나라 영역 밖에서 행해지는 행위에 우리나라 법률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규제당국의 입장에서는 해당 서비스가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하니 마땅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규제를 받는 외국인(사업자) 입장에서는 황당할 뿐이다. 법을 집행하는 권한의 근원은 주권인데, 미국 국민에게 우리나라 법을 준수하라고 강제한다면 이는 마치 미국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진 영역에 대해선 예외다. 시장지배적 남용행위, 부당한 시장행위를 규율하는 경우다. 이러한 국제적 합의에 근거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역외적용 인정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실제 역외적용을 적용한 예도 있다. 유럽연합(EU)이 올해 7월 안드로이드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구글이 제조사들에 자사의 검색 애플리케이션과 브라우저를 선탑재하도록 강요했다는 이유로 43억4000만유로(5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역외적용이 가능한 경우에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해왔다. 구글의 위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 무혐의 결정을 했고 이후에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해외플랫폼 사업자를 제재한 사례는 없다.

이처럼 외국 플랫폼 사업자에는 가능한 규제도 집행하지 못하는 우리 정부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규제를 새로 만들어 외국인에게 적용하겠다고 한다면, 과연 집행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경쟁상황평가를 위해서는 서비스의 수요대체성, 공급대체성, 서비스 제공의 지리적 범위를 고려해 단일시장을 획정해야 하고, 그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매출에 대한 정확한 집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획정이 곤란하다는 선행연구 결과들은 차치하고라도 과연 구글 혹은 페이스북으로부터 우리 정부가 정확한 매출자료를 획득할 수 있을까. 또는 구글에 대해 뉴스배열을 자동화하고 가짜뉴스를 모니터링하라고 강제한 뒤,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과태료ㆍ벌금 등을 부과할 수 있을까. 구글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내라고 요구하고 기금을 내지 않을 경우 구글 자산을 강제집행할 수 있을까. 이 중 하나라도 불가능하다면 역외적용 규정을 담고 있는 국회 법률안은 모두 거짓말이다. 역외적용 법안은 기존 국회에 제출된 플랫폼 규제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한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본격적인 국정감사 시즌이다. 작년 국감은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해 16시간 동안 호통치고 비난하는 데 주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 플랫폼 기업들은 국내 매출을 묻는 말에 모두 "본사 차원의 일이어서 모르겠다"고 답했으며 조세회피 논란, 불공정 행위 시정요청에 대해서는 "국내 법 준수에 최선을 다하겠다" "본사에 보고를 올리겠다"는 불성실하고도 뻔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올해 국감은 행정부가 형평원칙에 부합하는 규제 집행을 제대로 했는지 점검하는 데 집중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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