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과 후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그를 괴롭힌다. 4.5t 트럭에 화물을 싣고 제주행 배에 오를 때만 해도 인생의 항로가 송두리째 바뀌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는 소방호스를 이용해 사람들을 구하기 시작했다. 한 명, 두 명 구조인원이 늘어날 때마다 체력은 고갈됐다. 김씨는 20명이 넘는 생명을 구한 뒤 구조작업을 멈췄다. 우리가 모두 구조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해경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김씨가 지금도 가장 후회하는 순간이다.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 하는데 물러선 것에 대한 미안함이다.
국가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멈춰 있는 동안 김씨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데 앞장섰지만, 그날 이후 삶이 망가졌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심각한 외상을 보거나 직접 경험한 후 나타나는 불안장애다. 다시 기억하지 않고자 노력하지만 반복적으로 사건이 떠오른다.
"왜? 청와대 앞에서…." "보상을 더 원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의혹의 시선이었다. 김씨의 고통을 향한 반응은 차가웠다. 김씨 가족은 다시 외로움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죄인이 된 심정'으로 고통의 시간이 멈추기를 바랄 뿐이다. 김씨 가족이 '세상 속에 표류하는 섬'이 돼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시대의 의인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이 사회의 빗나간 소비 행태 때문 아닐까.
류정민 건설부동산부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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