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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호날두의 탈세와 손흥민

최종수정 2018.07.05 11:50 기사입력 2018.07.05 11:50

[세무이야기] 호날두의 탈세와 손흥민

월드컵과 올림픽 축구대회는 국적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한다. 그러나 대부분 축구 경기는 클럽 소속원이면 참가할 수 있다. 명문 축구클럽은 11개 포지션에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선수를 뽑아 내세운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UEFA)의 경기 수준은 월드컵 못지않게 높다.

구단주나 팬들로선 마치 중세시대 영주들이 원형 경기장에서 그들이 고용한 검투사들의 생사를 건 싸움을 보는 것 같은 희열을 느끼는 모양새다. 심지어 축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쟁경험을 하는 느낌도 든다.

기량이 뛰어난 검투사를 모셔오기 위해 스페인은 2004년 세법까지 바꿨다(스페인 왕령 Royal Decree 687ㆍ2005). 외국 국적의 선수는 스페인 내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만 납세 의무가 있고 세율도 24%로 제한했다(원래는 스페인 밖에서 얻은 소득도 포함하고 세율도 최고 43%까지 적용된다). 이 규정이 처음 적용된 선수가 영국 출신 데이비드 베컴이라서 일명 '베컴 법(Beckham Law)'으로 불린다.

이번 2018 러시아월드컵 출전 선수 중 수입이 가장 많은 선수는 포르투갈 국적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그는 소속 팀에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약 930억원을 받는다. 일당 2억5000만원꼴로 시간당 1000만원이 넘는다. 이는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연봉 모두를 합한 금액보다 훨씬 많다. 이 외에도 '초상권(Image Rights)' 수입이 상당하다. 그의 얼굴 이미지를 영리목적으로 사용하는 자는 상당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호날두는 이 초상권 수입을 전담할 회사 토린(Tollin)을 조세회피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했다. 그는 이 회사의 주주이면서 사장이다. 그의 초상권을 사용한 자는 사용료를 호날두 개인 계좌가 아닌 토린 회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이를 스페인 과세당국이 알아챘다. 축구는 공이 둥글어서, 한국이 독일을 이긴 것처럼,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세법의 칼은 묵직하고 예리해서 칼집을 나오는 순간 승부는 예측 가능하다. 지급받은 장소가 단지 스페인 밖의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토린일 뿐, 초상권 수입은 그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이 가능한 수입이므로, 실질과세원칙상 호날두 개인의 스페인 내 소득으로 보아 과세를 했다.

논란은 있겠지만 한국 시청자들은 호날두 이미지를 보면 그의 국적이 있는 포르투갈보다는 소속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를 더 떠올리지 않을까?

과세당국은 토린이 받은 호날두의 2011~2014년 초상권 수입에 대해 1500만유로(200억원) 상당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그가 자발적이고(voluntary), 의도적(conscious)으로 납세 의무를 져버렸다는 이유로 기소했다(우리나라에선 이를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라 칭한다).

다급해진 호날두는 세금포탈 금액 전액을 납부하면서 2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기로 스페인 정부와 합의를 했다. 스페인에서는 초범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되면 교도소에 보내지 않는다. 그는 정당한 태클(절세)이라고 했지만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을 통해 보니 심판이 안 보는 틈을 타서 상대방 선수를 가격한 것(탈세)이 들통 난 꼴이다.

그의 조국 포르투갈이나 소속팀이 있는 스페인 모두 월드컵 8강 이전에 탈락했다. 인생이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앞길이 유망한 손흥민 선수는 호날두의 공과(功過)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는 유럽보다 공평과 평등의식이 훨씬 강하고 도덕성을 강조하는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하는 말이다.

안창남 교수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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