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 학생을 학생이 학생을 학생이 선생을 선생이 선생을 비집고 들어간다
가해자가 더 길길이 날뛰는 학교에서
피해자가 죗값을 낱낱이 받아야 하는 학교에서
우리는 죄다 연결될 수 있다
우리는 죄다 연결할 수 있다
들어오게 할 수 있다 여기에 다
플러그에 플러그에 플러그에 플러그를
들어오게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슬픔은 절대로 지구 전체의 슬픔이 될 수 없다
발전소 하나가 지구 전체를 밝힐 수 없듯이
울고 있는 저
학생이 있다
울고 있는 저
학생이 있다
지구 전체의 슬픔을 유가족의 어깨에 짐 지우지 않듯이
유가족의 슬픔을 지구 전체가 나누어 가질 수 없다
어제의 뉴스는 오늘의 뉴스보다 뜨겁지 않고
오늘의 뉴스는 내일의 뉴스보다 차가운 것
얼마나 많은 뜨거운 것들이 우리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나
얼마나 많은 차가운 것들이 우리의 뒤에서 사라지고 있나
플러그에 플러그에 플러그에 플러그를
집어넣게 할 수 있다
끝에서 끝으로 올라가는 저
학생이 있다
밀리고 밀려 올라가는 저
학생이 있다
울면서 얼굴을 가리는 저
학생이 있다
다리부터 떨어지는 저
학생이 있다
머리까지 부서지는 저
학생이 있다
전류가 흐른 뒤에도 작동하지 않는다면
고장 난 것이니까 바닥에 뭉개진 저
학생
플러그 플러그 플러그 끝에서 빨간 눈물을 흘리던
학생
고장 나지 않았던 건 그 학생의 눈뿐
끝없이 눈물을 흘러나오게 하던 그 학생의 눈뿐
플러스 플러스 플러스 끝에서 마이너스된
학생이 있다
마이너스 마이너스 끝에서 플러스를 찾고 있는
선생이 있다
■이 시는 비명이다. 이 시는 절규다. 시인이 덧붙인 바에 따르자면 이 시의 제목은 '학교폭력에 몰리고 몰려 투신한 초등학생이 쓴 유서'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시는 유서다. 이 시는 사건 현장이다. 그 사건은 자살 사건이 아니라 타살 사건이다. "끝에서 끝으로 올라가는" "밀리고 밀려 올라가는" "울면서 얼굴을 가리는" "다리부터 떨어지는" "머리까지 부서지는" 한 어린 학생을 그렇게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살해한 사건에 대한 조서다. 우리 모두 공동정범이다. 당신에겐 묵비권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의 권리가 아니라 또 다른 살인에 대한 방조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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