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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김정은 패밀리 흥망성쇠, 세금에 달려있다

최종수정 2018.06.07 14:08 기사입력 2018.06.07 11:50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북한의 다급한 요청에 의해 5월26일 판문각에서 열린 남북 정상 간 '번개' 회담은 1958년 독일 콘라트 아데나워 수상이 프랑스 샤를 드골 대통령을 '콜롱베(colombeyㆍ드골 대통령의 별장)'에서 비밀리에 만난 장면을 연상시킨다.

당시 아데나워 수상은 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미국과 러시아 등에 포박당한 독일의 좌절 상태를 해결하고자 이웃 프랑스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드골 대통령이 불문곡직하고 그의 손을 기꺼이 잡아줬다. 이후 수십 차례 만남을 통해 상호 신뢰를 쌓았고, 마지막 담보로 랭스성당에서 절대자 앞에 무릎 꿇고 같이 기도까지 했다고 한다.

유럽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묵시록적 감동을 준다. 이 만남은 1963년 엘리제 조약으로 이어져 프랑스와 독일 간 선린우호 관계의 초석을 놓았고, 현재 유럽연합(EU)의 모태가 됐다.

며칠 뒤 북ㆍ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회담 결과가 성공적일 경우 경제는 폐쇄에서 개방으로 전환돼 외국 자본과 기술이 북측에 진출하는 길도 열릴 것이다. 이때 걸림돌이 세금제도다. 너무 낙후돼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핵 포기 못지않게 호락하지 않은 과제다. 여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김일성은 세금폐지 공약으로 정권을 잡았다. 일제 강점기의 가혹한 세금징수에 반발이 많았던 점을 노린 것이다. 1974년 김일성은 '세금제도를 완전히 없앨 데 대하여'라는 교시를 내려 세금제도를 폐기했다. 당시 북한 헌법 제33조는 '국가는 낡은 사회의 유물인 세금제도를 완전히 없앤다'고 규정했다.
김정일은 외국 자본을 끌어오고자 1992년에 마련한 외국인투자법에 기반을 두어 1993년에는 '외국투자기업 및 외국인 세금법'을 공포했다. 그 뒤 개성공업지구가 개발됐고, 2003년 '개성공업지구 세금규정'이 제정돼 남측 기업에는 세금을 거두었다. 김일성은 세금을 없앴지만, 김정일은 외국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세금을 거둔 것이다.

이제 김정은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스위스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보냈다. 스위스는 26개 주(州ㆍcanton)로 이루어진 연방국가다.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율이 낮은 주로 주소를 옮기는 것을 수업시간에 배웠거나 목격했을 것이다.

이는 곧 북한이 세금제도를 잘 운용할 경우 매력 있는 외국 기업의 유인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김정은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그가 공부한 스위스는 유럽에서도 가장 잘 사는 국가다.

북한이 잘 살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개혁을 하고 외부적으로 개방하는 방법밖에 없다. 현재 불투명하게 운용하는 세입과 세출 시스템을 국제 수준에 맞춰야 한다. 노동당 강령보다 세법이 우선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남측 및 외국자본과 기술이 북측에 투자할 것이다. 한편, 남한도 북한에 개방경제 체제가 잘 착근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래야 통일비용이 줄어든다.

그런데 세금을 내기 시작하면 북한 납세자들의 민주화 요구가 나올 수 있다. 김정은으로선 이 부분이 걱정될 것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를 보라. 3대 세습을 해도 별 문제가 없다. 건강한 세금시스템 운용으로 인해 끊임없이 외국자본의 유입돼 경제가 잘 돌아가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세금을 없애겠다는 공약으로 정권을 잡았고, 김정일은 외자유치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꽤했으나 핵개발로 좌초했다. 김정은의 결단 여부에 북한의 장래는 물론 그의 패밀리 흥망성쇠가 달려있다. 정답은 경쟁력 있는 세금제도의 도입과 외국자본 및 기술의 유치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발전해왔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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