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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중국의 인생시험 가오카오

최종수정 2018.05.31 10:40 기사입력 2018.05.31 10:40

[특파원 칼럼]중국의 인생시험 가오카오

[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지난 28일 오후 중국 안후이성(安徽省) 허페이(合肥)에 위치한 학교 운동장에는 2100명의 고3 학생들이 모였다. 운동장에는 형형색색 풍선 약 2만개가 준비돼 있었다. 학생들은 점프를 해서 풍선을 밟거나 엉덩이로 깔고 앉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동장에 가득찬 풍선들을 터뜨리는 시간을 보냈다. 잠시 뒤 있을 대학 입학 시험을 앞두고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풀어주기 위해 학교가 마련한 작은 이벤트였다.

세계 최대 대학 입시로 불리는 중국판 수능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가오카오는 다음달 7일부터 8일까지(일부 9일까지) 중국 31개 성ㆍ자치구ㆍ직할시별로 동시에 실시된다. 응시자는 지난해 보다 35만명이 늘어난 975만명. 대부분이 2000년에 태어난 학생들이다. 올해 가오카오 응시자는 2010년 이후 최대치가 될 전망이다.

가오카오가 처음 중국에서 시작된 것은 1952년. 14년간 지속되던 가오카오는 1966년 문화대혁명 시작과 함께 반혁명 지식분자의 전유물이라는 이유로 폐지됐다가 1977년 문화대혁명 종료 후 다시 부활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가오카오는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는 인생 최대의 중요한 시험이 됐다.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은 베이징대, 칭화대 등 일부 최상위급 대학에 모이고 졸업 후에는 좋은 직장, 부의 증가로 이어지는 성공 사다리에 올라 타기 때문에 가오카오 점수가 곧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경제가 발전하면서 지역별 빈부 격차가 심해진 중국에서 명문대 간판은 든든한 집안배경과 돈 없는 사람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됐다. 한국에서는 수시전형, 정시전형, 논술 및 면접 등 수능 점수를 만회할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지만 중국 가오카오에서 패자부활전은 없다.

인구 14억명이 사는 중국에 대학 수는 전문대를 포함해 2600개 남짓이다 보니 대학 입시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베이징 안에 있는 유명 대학 입학 경쟁률은 1000대1을 넘기기도 한다. 경쟁이 치열한만큼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심하다. 가오카오 성적 발표일 이후 며칠간은 어김없이 성적을 비관해 목숨을 끊는 학생들이 줄줄이 뉴스에 나올 정도다. 명문대 입학진학률이 높은 허베이성(河北省)의 한 학교는 매년 학생들의 자살이 잇따르자 가오카오를 앞두고 미봉책으로 감옥을 연상시킬 수 있는 철창을 설치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집안에서 숨소리도 내기 힘든게 현실이지만 중국에서도 가오카오가 워낙 중요한 시험인 만큼 시험 시즌만되면 부모들의 준비가 만만찮다. 행여나 집에서 시험장까지 차가 막혀 아이가 시험을 보는데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까, 시험 기간 동안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편하게 지내면 성적이 더 잘나오진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학부모들 때문에 주요 시험장 부근 호텔 객실은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이에따라 호텔값이 인상된다.

중국 중산층의 확대는 가오카오 열기가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소득수준이 갑자기 높아진 중국인들이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지갑을 더 과감히 열테고 본격적으로 사교육에 뛰어드는 연령도 갈수록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미 이 단계를 밟았고, 지금도 고난한 여정을 멈추지 못하고 같은 길을 계속 가고 있다. 현재 베이징 내 쇼핑몰들이 맨 꼭대기층, 혹은 몇개 층을 아이들 학원용으로 내주는 경우가 많은 것만 봐도 사교육 시장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수 있게 한다.

한국이 이미 '입시지옥'을 경험했듯이 중국에서도 인생 시험 가오카오의 부담은 커다란 사회문제가 돼서 기존에 형성된 교육제도에 물음표를 던질 것이다. 중국 부자들이 왜 자꾸 해외로 나갈까. 답답한 교육현실에도 책임이 있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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