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금융정보교환은 미국의 스위스 은행 빗장풀기에서 본격 시발됐다. 미국 국세청은 2007년 캘리포니아 부동산 재벌 이고르 올레니코프(Igor Olenicoff)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스위스 UBS 은행이 탈세를 도운 사실을 포착했다. 미국 국세청은 UBS 은행을 조사해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가진 미국 납세자가 52,000명, 그 액수는 148억불에 달한다고 파악했다. 미국 정부는 2009년 UBS 은행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300여 명의 고객정보를 제공받고 나아가, 52,000명 고객정보의 제공을 구하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하며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물론, 스위스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스위스 연방법원은 2010년 1월 미국 정부에 대한 과세정보의 제공을 일체 금지하는 판결을 내리며 맞섰다. 그러나 지난한 협상 끝에 스위스 정부는 미국 정부에게 비밀계좌를 보유한 약 7,500명의 고객정보를 제공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스위스 의회에서 2010년 6월 최종 인준했다. 이로써,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 시대’는 막을 내렸다.
영국, 독일 등도 금융정보 교환제도의 도입을 추진했는데, 미국과는 달리 다자간금융정보의 자동교환 방식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2014년 독일 베를린에서 조세정보 교환 절차를 구체화하는 「다자간 금융정보자동교환 협정(MCAA)」에 서명하였다. MCAA 참여국의 금융기관들은 다른 참여국의 거주자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계좌에 대한 정보를 매년 정기적으로 해당 세무당국에 보고할 의무를 부담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FATCA와 OECD의 MCAA를 각각 수용하는 투 트랙의 금융정보 교환제도를 갖추고 있다. OECD는 2012년 조세행정에 관한 정보교환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다자간 조세행정공조협약」에 가입한 데 이어, 2014년 MCAA에 서명하여 2017년 9월부터 금융회사로부터 제출받은 거주자의 금융계좌정보가 연간 1회 자동적으로 교환된다. 미국과는 2014년 「금융정보 교환협정」을 체결하였고 2016년 9월부터 한미 양국의 국세청이 매년 정기적으로 금융계좌정보를 교환해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6년 10월에는 싱가포르와, 2017년 1월에는 홍콩과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을 체결하여 운영 중이다.
금융정보의 국제교환을 통해 조세탈루를 억제하고, 신고납세의무의 촉진과 조세부담의 공평성을 실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음은 분명하다. 반면, 개인의 금융정보가 부지불식간에 외국 세무당국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개인정보 침해문제가 제기된다. 수사기관에 대해 엄격하게 적용되는 영장주의 원칙의 예외를 외국 세무당국에 허용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연합은 개인의 금융정보보호와 관련하여 안전조항(safe harbor rule)에 합의하기 이전까지 상당한 갈등을 겪은 바도 있었다. 국가간 협력강화를 통해 조세회피 및 이중과세를 방지하는 국제적 공조체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문제를 보완하는 ‘운용의 묘’가 절실한 시점이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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