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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고령사회 안전운전

최종수정 2018.05.01 11:55 기사입력 2018.05.01 11:55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노인 운전이다. 과거 노인 교통사고라 하면 주로 보행자 사고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노인이 직접 운전 중에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매년 13%씩 증가하고 있다.

노인 안전 운전에 방해가 되는 신체기능을 본다면, 일단 시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특히 야간이 되면 암순응에 문제가 생겨서 젊은이보다 시력이 저하돼 위험하며, 시야가 줄어들어 옆에서 오는 차나 사람을 인지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순발력도 젊은이보다 떨어지고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도 떨어지게 되며, 갑자기 보행자가 나타나거나 했을 때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작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치매 운전자는 일반 운전자보다 사고가 나거나 사망할 확률이 높으며, 운전테스트를 시행했을 경우 치매로 진행하기 전 단계에서 이미 11배나 운전 기능에 이상을 가져온다고 밝혀졌다. 즉 다른 인지기능검사에서 정상이라고 해도 운전 테스트에서 이상이 발견될 수 있고, 이를 치매조기발견을 위한 검사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보다 운전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십여 년 전부터 운전할 때 먹어서는 안 되는 주의해야 할 약물 목록을 정해서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는 진통제, 안정제, 우울증약, 감기약, 수면제 등 다양한 약물이 포함돼 있으며, 의사와 환자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2050년에 전체 운전자의 4분의 1이 65세 이상 노인이 된다고 하며, 의사에게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안전 운전에 대해 물어보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보다 고령 인구가 많은 일본에서는 올해 초 등교 중이던 여고생 2명이 85세 노인이 운전하던 차에 치였는데, 당시 노인은 "눈을 떠보니 사고가 나 있었다."고 말해 노인 운전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그래서 고령 운전자들이 운행하는 차에는 초보운전처럼 '실버마크'를 부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보다 국토가 적고, 비교적 대중교통이 싸고 잘 발달돼 있어서 운전을 하지 않고도 이동에 어려움이 적지만, 체력이 떨어진 허약한 노인이나 시골지역의 경우에는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워 취약한 노인을 위한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운전 중 갑작스런 뇌졸중이나 부정맥, 심장마비와 같은 예기치 못한 질병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 경우 원인을 밝혀내기도 어렵다. 노인들은 이런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젊은 사람보다 매우 높다. 노인들의 안전 운전은 본인의 생명뿐 아니라, 우리 가족과 우리 이웃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노인 안전 운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널리 공유돼야 한다.

노년기에 자유로운 운전을 통해 심신의 활력을 얻기도 하고, 거동이 불편한 경우 운전을 통해 그나마 활동이 가능한 노인도 있어 운전을 제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운전은 권리이기도 하지만, 책임이 따르는 활동이기 때문에 내 가족과 내 이웃을 위해 운전하는 데 있어 건강상태에 이상이 없는지 스스로 되묻고 전문의 상담을 통해 운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멀지 않은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개발돼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 줄지 모르지만, 고령사회로 진입한 지금 좀 더 성숙한 운전 문화와 개인의 책임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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