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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말씨/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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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마이는 어째 그리 입이 곱소
나그네도 인차 한국에 나가 보오
한국 나그네들은 고운 입매를 좋아하오
기래 나도 한국을 따라 하다 보니
인차 입이 고와지더란 말이우다
기란데 와 또 쎄졌소
연변에서는 연변 말 하고
한국에 가설랑 한국말 하면 아이 되겠소
옳소 옳소 아주마이가 장하우다
연변은 연변이고 한국은 한국 아니갔소
내도 같은 생각이우다
고운 것도 좋지만 쎈 것이 그리울 때도 있단 말임다
한국 나그네들은 고기도 부드러운 것만 찾는데
그때 연변 생각 많이 나우다
연변 나그네들은 소 힘줄에 흰 술을 마시지 않소

[오후 한 詩]말씨/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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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다. 나도 가끔 '연변 말'이 그립다. 투박하고 억세지만 정을 담뿍 담고 있는 듯한 그 '연변 말' 말이다. 물론 나는 연변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고 연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본 적조차 없다. 오로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접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립다. 따라서 내 연변 말에 대한 그리움은 명백히 의심스러운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숭고를 가장한 엑조티시즘적 절편음란증에 불과하며, 저 '연변'을 이미 지역화-야생화하고 있는 자의 탐욕스런 낭만적 상실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나는 "소 힘줄에 흰 술을 마"셔 보지도 못했고 상상만으로도 벌써 이가 아프다. 이 시는 그런 나를 단번에 후려친다. "연변은 연변이고 한국은 한국"이다. 그리고 나는 진정 "쎈 것"을 경험해 보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한다. 연변 '아주마이'가 나보다 백배는 장하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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