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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韓기업, 아문센인가 썰매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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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을 향한 야성적 충동을 기업들에게 불어 넣어줘야 경제 활력 부활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 우리나라 초저출산 현상은 극단적 두려움의 대상이다. 공포의 근거는 논리적이다. 인구가 늘어나지 않으면 국내총생산(GDP)성장이 둔화한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생산이 준다. 일자리도 순차적으로 감소한다. 소득이 줄면 소비가 부진해진다. 결국 다시 생산축소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악의 순환고리다.

박성호 경제부장

박성호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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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출산율을 높이려 한다. 하지만 맥을 잘못 짚은 듯 하다.
일본은 이미 30년 전에 똑같은 일은 겪었다. 지난 1989년 일본에서는 합계출산율이 1.57명으로 떨어졌다. 일본정부와 언론은 이를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며 '1.57쇼크'라고 불렀다. 본격적으로 저출산이 사회이슈화된 계기가 됐다.

일본정부는 대책 마련에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1990년대 들어 합계출산율은 1.3∼1.5명으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2016년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44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05명이다. 올해는 1명에도 미치지 못할 거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면 인구증감과 경제성장은 정의 상관관계일까.

일본의 노동력 인구는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연평균 1.2% 증가했다. 이 기간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4.6%였다. 3.4%포인트의 차이가 있다. 일본 경제학자들은 노동생산성과 가구수 증가가 그 갭(Gap)을 만든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산업화로 농촌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면서 인구증가수보다 세대수가 더 크게 늘어나면서 내수를 떠받쳤다는 것이다. 세대분할은 기본적으로 주택은 물론이고 TV와 세탁기, 냉장고 등 공업제품 소비증대를 촉발한다.

우리나라 경제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1995년부터 2016년까지 인구는 14.9% 증가했지만 일반가구수는 무려 49.5% 급증했다. 예를 들어 1995년부터 2000년까지 6년동안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을 제외하고 연평균 8%대 경제성장을 이뤘다.

이 기간 인구는 3.4%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가구수가 10.4%나 증가했다. 민간소비 증가율 역시 1998년을 제외하면 인구증가율의 2배가 넘는 연평균 8.6%를 기록했다. 가구수 증가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가구수 증가도 한계치에 다다른 듯 하다. 2016년 가구수는 전년대비 1.3% 늘어나는데 그쳤다. 저출산 심화와 더불어 가구수 증가까지 임계치에 달했다면 정책당국이 집중해야 할 분야는 당연히 '노동생산성' 향상 방안 밖에 없다.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가장 큰 원동력은 기술진보, 즉 혁신이다. 이는 새로운 설비와 기계를 투입하는 자본의 축적이기도 하다.

현 상황에서 정부는 기업이 혁신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운명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경제혁신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

'혁신성장'이라는 정책 슬로건은 있다. '선(先) 허용, 후(後)규제'의 '규제 샌드박스'제도를 도입해 기업의 기술혁신을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속내는 달라 보인다.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고 여전히 인허가 절차는 까다롭다. 바이오와 의료, 관광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기업=적폐'라는 인식도 여전하다. 기업들은 맘 놓고 뛰어 놀 수 있는 혁신운동장이 조성됐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설비투자는 기업의 '야성적 충동'에 의해 이뤄진다"고 했다. 로알 아문센이 개썰매를 타고 남극으로 향한 것에 비유했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은 야성적 아문센이 아니라 정부라는 썰매를 끄는 개 신세로 전락한 듯 싶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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