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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눈에는 눈, 이에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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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말 중 하나다. 미국이 시동을 건 관세전쟁에 중국은 똑같이 보복 관세를 매기는 방법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

복수주의는 고대 법률의 공통적인 특성이다. 기원전 1700년 인류 최초의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전에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보복(同害報復)에 기초한 형벌법이 들어 있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2m가 넘는 돌에 "이 땅에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그리하여 강자가 약자를 함부로 해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라고 법전의 서문을 새겨 놓았다. 내용 중에는 타인의 눈을 상하게 한 사람은 자기 눈도 상해져야 하고, 부모를 구타한 아들은 그 손목이 잘려져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있는 그대로 이해하면 해를 입은 만큼 앙갚음 한다는 것으로 잔인한 보복의 원칙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이는 당 시대의 가장 공정한 법이기도 하다. 눈을 다치면 눈만을, 이를 다치면 이만을 보복하라고 규정함으로써 확대재생산되는 폭력과 원한이 '과잉보복'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함무라비 법전이 없었다면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이전까지 자행돼 오던 무차별적이고 가혹한 사적인 복수로 응징이 계속 확대되는 악순환에 빠졌을 것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한쪽이 복수로 응징하면 다른 한쪽이 더 큰 복수로 맞대응하는 모양새다. 미국이 시작한 관세전쟁에 중국은 "미국에 관세 부과 명단이 있다면, 중국에도 역시 명단이 있다"며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양국의 셈법이 복잡하고 서로 다르기 때문에 과잉보복 억제 효과가 있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과는 차이가 크다.
설사 동등한 강도와 규모로 대등한 조치를 취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대응한다고 하더라도 무역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는 이상 결과는 한쪽이 피를 흘리면 다른 한쪽은 더 큰 피를 흘리게 되는 잔인한 보복의 결과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가장 취약한 것은 이들을 지켜보며 싸움을 부추길수도, 그렇다고 말릴수도 없는 주변국들이다. 세계 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맞대응식 무역조치가 초래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고 있다. 반복되는 과잉보복은 더 많은 피해자를 낳을 뿐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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