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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올해의 유행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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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춥고 길게 느껴졌던 지난 겨울, 국민 유니폼 같던 검은색 롱패딩의 물결도 어느새 사라졌다. 봄기운이 완연해진 요즘 개나리ㆍ목련 같은 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가운데 사람들 패션도 한결 가벼워졌다. 비단 옷차림뿐일까. 사람들의 머릿색도 어찌나 다양한지 얼핏 뒷모습만 봐서는 국적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색은 사람의 심리ㆍ정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요소다. 우리는 생활 속에 구현되는 다양한 색으로 사회의 여러 현상을 간접적으로 진단하고 분석한다. 실제 여러 학문 분야에서 인간의 삶과 색채 간 관계에 대한 일반적 담론을 검증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진행해왔다.
경기 변동과 색채의 관계를 다룬 연구들에 따르면, 경제 불황과 같은 암울한 시기에는 검은색이나 회색ㆍ네이비색과 같은 칙칙한 색상이 유행하는 경향이 있다. 불황의 늪을 빠져나와 경기가 좋을 때에는 화려하고 이국적 색채가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경기를 반영하는 또다른 지표로는 유행색의 밝기(명도)가 언급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경기가 좋을 때는 비교적 밝고 가벼운 색의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지만, 불경기에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어둡고 실용적 색을 가진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편 세계 금융위기인 2009년 당시에는 회색이나 베이지 등 다른 색과 무난히 잘 어울리고 안정성 있는 중성색이나 무채색이 선호됐는데, 이는 소비자의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심리가 다양한 색채 선택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내용과 상반되는 결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패션 색채와 경기와의 관계를 살펴본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경기에는 오렌지ㆍ에메랄드ㆍ진주와 같이 화려한 보석색이나 플래티넘ㆍ브론즈처럼 강렬한 메탈 계열 색이 오히려 유행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후반 경기 불황 때 원색이 선호되던 시기가 있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내용이다.
유행이란 사회 구성원 중 불특정 다수에게 수용돼 움직이는 행태를 뜻하는 것으로 흔히 '트렌드'라고 불리는 특정한 패턴을 갖는다. 트렌드는 특정 시기의 사회ㆍ문화ㆍ경제ㆍ정치적 환경에 수반되는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여러 상반된 연구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유행색을 통해 시대적 트렌드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관계성은 분명히 있다고 하겠다.

매년 그 해의 유행색을 발표해 온 미국 팬톤 색채연구소는 2018년도 올해의 색으로 울트라 바이올렛(ultra violet)을 선정한 바 있다. 우리 말로는 짙은 보라색이라고 표현되는 이 색은 고급스런 세련미를 상징한다. 독창성과 창의력,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을 표현하는 색상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울트라 바이올렛에 담긴 창의적 영감과 상상력이 인간의 의식과 잠재력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려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램이 올해의 유행색으로 선정한 이유라고 한다.

연일 쏟아지는 충격적인 뉴스 속에 마땅한 답도 없는 괜한 근심걱정으로 불편한 하루를 마무리하기 일쑤인 요즘이다. 점점 짧아져만 가는 봄이 가기 전에 시끄러운 머리도 식힐 겸 올해 유행색인 보라색 옷 걸쳐 입고 가까운 곳에 나들이라도 다녀와야겠다.

김영주 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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