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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로봇세금은 가능할까

최종수정 2018.04.03 11:45 기사입력 2018.04.03 11:45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
KAIST 명예교수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
KAIST 명예교수

인공지능은 일을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지금 사람이 하는 일을 사람보다 더 잘 하게 될까. 1년 반 전쯤 인공지능 연구자 350명을 대상으로 이를 묻는 조사연구가 있었다.

결과는 놀랍다. 언어 번역은 2024년, 고교생 수준의 에세이 작성은 2026년, 트럭 운전ㆍ팝송 작곡은 2027년이면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잘 한다고 답했다. 앞으로 40년 후에는 모든 업무에서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잘 할 확률이 50%를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건비가 싼 동남아시아 국가로 옮겨간 아디다스 공장은 독일로 되돌아 간 뒤 이제 완전 자동화됐다. 온라인의 왕자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오프라인 소매 점포에는 계산원이 없다. "그냥 걸어 나가세요"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기술이 물건 값을 고객 계좌에서 정확하게 인출한다. 60명으로 운영되던 소매 점포는 10명만 필요하게 됐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주식거래사는 600명 있었는데 지금은 단 2명으로 줄었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것이다.

기술 발전은 근로시간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수렵사회에서는 전 가족이 매일 24시간 노루를 열심히 찾지 않으면 배를 곯았다. 농업사회에서는 밤과 겨울에 일을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었다. 산업사회에 와서는 주 40시간 노동이 일상화됐다. 이제 인공지능 시대에서는 주 다섯 시간 혹은 열 시간 노동이면 먹고 사는 데 충분할 것이다. 일은 기계가 하고 인간은 인간답게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노동시간 감축에 사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일자리 감소는 양극화로 이어질 것이다. 인공지능을 소유한 자는 큰 부를 소유하게 될 것이고, 소유하지 못한 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을 올릴 수밖에 없다. 생산성 향상으로 기본 의식주는 충족되겠지만 낮은 소득의 계층은 불만이 많다. 기회의 공정성에 만족하지 않고, 결과의 평등성을 추구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런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여러 사회보장 제도가 도입되게 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국가에서 지급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에서는 많은 국가재정이 필요하다. 이 재정을 누군가 부담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한다. 우리나라도 헌법에서 '모든 국민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지고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에게 세금을 매기자는 주장을 종종 접한다. 그러나 그것은 과연 바람직하며 가능이나 한 일일까.

우선 로봇과 로봇 아닌 기계의 경계를 지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이 아닌 소프트웨어와의 구분은 가능한가. 형태가 없는 소프트웨어만으로도 로봇이라 불리기도 한다. 채팅봇이 바로 그것이다. 소프트웨어가 바로 인공지능이고, 인공지능은 바로 소프트웨어다. 모든 소프트웨어 사용에 세금을 물리는 게 가능할까. 세금은 정의로워야 한다. 부가세를 부담하는 청소로봇에게 추가 세금을 징수하는 게 정의로운가. 상품명에 로봇이나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세금을 부과할 경우, 이들 용어는 곧 사라질 것이다.

국가는 로봇세와 같은 새로운 세금 항목에 솔깃하지 마라. 기존 법률에 정해진 세금 항목으로도 필요한 재정이 넉넉히 확충되도록 기업 친화 및 성장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ㆍ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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