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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슬그머니 사라진 안보·통상 분리론

최종수정 2018.03.26 13:42 기사입력 2018.03.2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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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작심한 듯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기 바란다”고 했다.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이어 한국GM 군산공장 철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등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한국 경제를 정신없이 강타하던 때였다.

각계각층에서 한국 정부가 통상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론이 거셌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그 어느 때보다 한미 양국간 공조가 강조되던 때여서 한국 정부를 더욱 당혹스럽게 했다. 이때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해법은 이른바 ‘안보와 통상의 투트랙 전략’이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생각은 안보의 논리와 통상의 논리는 다르다는 것”이라며 “서로 다르게 궤도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생각이 너무 이상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안보를 지렛대 삼아 통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드러냈다. 결국 이달 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그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등과 만나 한미 동맹을 강조하며 철강 관세 면제의 당위성을 설명해야 했다. 미국이 철강 관세 부과의 이유로 국가 안보를 거론한 만큼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은 배려해달라는 뜻이었다.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철광 관세에 대해 “북핵문제와 관련해 협력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 모두에 나쁜 조치”라고 면제를 요청했다.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이 최근 보여준 일련의 행보를 종합해 보면 문대통령이 당초에 내걸었던 ‘안보와 통상의 분리론’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 듯하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대상국에서 한국을 일단 뺐다. 영구 면제는 아니고 4월말까지 유예한 것이다. 물론 미국이 ‘안보 동맹’만을 이유로 한국을 유예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한미FTA 재협상에서 한국에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간 긴밀한 안보 공조의 중요성이 강조되지 않았다면 그러한 기회마저 갖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간 우애를 과시하며 철강 관세에서 면제될 것을 자신했던 일본이 고스란히 관세폭탄을 맞게 된 일본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한국 정부가 철강 관세와 한미FTA의 파고를 잘 넘긴다면 그다음은 주요 2개국(G2)간 무역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의 수출 상대국 1, 2위라는 점에서 양국간 무역 전쟁이 우리 경제에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상대로 일으킨 이번 무역전쟁의 표면적 이유는 5000억달러에 이러는 대중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서다. 하지만 갈수록 커나가는 중국의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중국의 경제적 성장이 결국 미국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은 이달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올해 국방비 예산을 전년대비 8.1% 올리기로 하는 등 ‘군사굴기’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덩샤요핑이 내걸었던 ‘도광양회(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르다)’와는 완전히 작별했다.

미국은 지난 2월 발표한 ‘2018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러시아, 이란, 북한과 함께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의 반발을 뻔히 알면서도 대만법을 통과시켰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를 막은 이유는 다름아닌 안보였다.

중국과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연 미국은 이제 동맹국들한테도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선택을 요구할 태세다. 이때도 ‘안보와 통상을 분리해 대응한다’는 이상론이 통할 수 있을런지는 의문이다.

강희종 국제부장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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