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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세무조사권, 그 치명적인 유혹의 끝은

최종수정 2018.03.15 11:35 기사입력 2018.03.1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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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과세관청으로선 듣기 거북하겠지만, 시중에 ‘국세청장의 다음 부임지는 교도소’라는 말이 나돈다. 사실 과거 몇몇 국세청장이 그랬다. 그런데 최근 구속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앞서 구속된 경우보다 그 행태가 고약하다. 그는 아예 드러내놓고 세무조사권을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비밀공작(노벨평화상 수상 취소청원)을 벌였고, 이 청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재차 취소청원을 넣을 목적으로 DJ의 해외 비자금을 찾는 음해공작(데이비슨 작전)을 국정원 특별활동비까지 써 가면서 2년간 실행했으나 실패했다고 한다(조세금융 2018년 3월호).

당연한 얘기지만, 과세관청은 모든 납세자에 대해 법률이 규정하는 바에 따라 세무정보를 수집하고 이에 따라 세무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세무정보수집이나 세무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세무조사권은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실시되어야 하고, 정치적 목적 등을 위해서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국세기본법 제81조의4).

그런데 정치권력은 털면 먼지나지 않은 기업이나 사람이 없다는 잘못된 확신에 따라 세무조사권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치명적인 유혹(팜므파탈, femme fatale)’에 빠질 수 있다. 정당성이 없는 군사독재 정권일수록 더 그랬다.
모름지기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국가공무원법과 헌법에 그렇게 쓰여 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 씨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보도에 따르면, 그는 동료들보다 몇 배 빠르게 승진했는데, 그 배경에는 MB의 처남과 형님이 있었다고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당시 MB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 및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행한 서거로 궁지에 몰리자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꾀하기 위해 DJ에 대한 흠집이 필요했고, 이 씨에게 무리한 세무조사권 행사를 강요했던 것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해도 그는 한미조세조약 제28조(정보교환)에 따라 미국 국세청에 정보를 요청했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미국 국세청의 한국계 직원에게 뇌물까지 주어가면서 자료를 불법적으로 빼내려고 했다니 기가 막힌다.

이 씨야 출세욕에 눈이 멀어서 그렇다 치자. 이 씨 휘하 고위공무원들은 아무런 죄가 없는가? 이들은 왜 이 씨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을까? 혹시 한 통속은 아니었나? 궁금하다.

이 씨의 행태를 보면 제도개선 이상으로 사람의 됨됨이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세청장이 청와대를 쳐다보고 있는 한,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권 남용 방지에 대한 기대는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일 것이다.

판사는 판결로 말하듯, 세무공무원은 고지서로 말해야 한다. 세무공무원은 형사 콜롬보처럼 탈세기업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청와대는 쳐다보지 말고.

선의의 세무공무원을 위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납세자가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았다면 과세관청은 물론 해당 공무원에게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국세기본법에 명문화하자. 이는 세무공무원을 벌주기 위한 차원이 아니다. 상부의 부당한 정치적 세무조사 요구에 대해, 이를 근거로 회피할 언덕을 마련해 주기 위함이다.

어제 MB가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창피한 일이다. 이현동 씨를 포함한 그 휘하 부하들 상당수는 이미 구속되었다. 법의 통치(rule of law)가 작동하는 국가는 권력 남용의 끝이 교도소라고 가르치고 있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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