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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토지 공개념과 헨리 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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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도지이정 제지이형 민면이무치, 도지이덕 제지이례 유치차격(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논어 위정편에 실린 이 글귀는 '법률과 제도로 백성을 이끌고 형벌로써 다스리면 백성들은 처벌을 모면하려고만 할 뿐 부끄러움을 모르게 되고, 덕으로 인도하고 예로써 다스리면 수치심을 알게 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하게 된다'는 뜻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법과 제도가 있다고 해도 사회적 통념 자체가 그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법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폐단이 발생할 수 있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이와 비슷한 경우다. 법의 도입 취지 자체는 좋았지만 시행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사실상 유명무실해져 버렸다. '영란세트'라는 이름의 상품들이 출시되기도 했다. 사회적 인식이 성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과 제도로만 찍어 누르듯이 규제하다 보니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이번 개헌안에 담긴 토지 공개념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이는 19세기 미국 정치·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단일 토지세'에서 영감을 받은 것인데, 이는 현실적인 제도라기보다는 이상적인 개념에 가깝다.

헨리 조지는 근로소득세 등 다른 모든 세금은 없애는 대신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를 모두 세금으로 걷어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자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다른 모든 세금을 없애고 토지세만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세금을 그대로 남겨두고 토지세를 추가로 도입하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애초에 헨리 조지의 사상에도 위배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지대는 토지 그 자체의 성격보다 정부 규제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민주당이 헨리 조지의 사상에서 영감을 받아 토지 공개념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이를 현실에 맞게 잘 적용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위에서 찍어 누르는 법과 제도가 아니라 사회 지도층에서부터 스스로 변하고 모범을 보이는 실천이다. 그 실천들이 모이고 모일 때 비로소 사회 전반에 선순환적인 문화가 퍼지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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