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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정치인의 투자동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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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소비자경제부장]요즘 어딜가나 미투(#나도 당했다)가 화제다. 사흘이 멀다하고 새로운 가해자와 피해자가 등장한다. 법조계에서 시작된 미투는 정치권, 문화계, 연예계까지 망라한다. 잠깐 다른데 정신 팔면, 몇 명의 미투 소식을 놓칠 정도다.

지난 주 지인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어김없이 '미투' 얘기가 나왔다. 그 중 한 명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너무 불쌍하다고 했다. 잘못은 둘째치고 앞으로 그 가족들이 어찌 얼굴을 들고 살겠냐는 것이다.
이미 정치 생명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지만, 언론은 지금도 안 전 지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실시간 생중계처럼 내보낸다. 본인은 이 세상이 지옥과 같지 않겠냐는 게 지인의 말이다. 박수현 전 대통령비서실 대변인도 그렇다. 친구인 안 전 지사 때문에 주목받은 그는 사생활이 들춰지면서 덩달아 십자포화를 맞았다. 부부생활부터 연애사까지 거짓과 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제 3자가 볼 때 진실을 구분하기 힘든 영역의 뉴스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얼마나 곤욕이겠는가.

정치인이라고 해서 과연 이렇게 과격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야 하는 게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만도 하다.
얼마 전 한 친구로 부터 증권사 계좌 하나만 개설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가끔씩 금융사가 직원들에게 고객 유치 캠페인을 할당하는데, 아마 그런 경우인 듯했다.

10여장의 종이에 이름을 적고, 주소를 적고 사인을 하다 아주 오랜만에 투자동의서라는 걸 마주하게 됐다. 한 마디로 "네가 주식투자하다 돈을 몽땅 날려도 회사책임은 아니고, 다 너의 선택이다"라는 내용이다. 읽고나면 살짝 서운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금융투자상품은 당연히 투자손실이 생길 수 있다. 투자가 잘 되면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낸다. 반면 잘못됐을 경우 투자자가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상식적이고 타당한 얘기다.
경제학에 보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high return)'이라는 말이 있다. 투자에서 수익이 크면 리스크도 크다는 것으로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많은 이익을 추구한다는 개념이다. 정치를 투자에 비유하면 대단히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길이다. 앞에서 대중을 이끌고 많은 권력도 거머쥘 수 있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막중한 책임도 짊어지는 것이 정치다.

영화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명대사가 있다. 주인공 피터 파커의 삼촌인 벤 파커가 스파이더맨이 된 조카에게 이런 말을 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이 짧은 대사는 거의 모든 수퍼히어로 영화의 주인공들에게 '금과옥조(金科玉條)와 같은 격언으로 사용된다.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투자동의서에 사인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선거에서 이겼거나 청와대의 큰 자리를 맡았을 때, 정당의 요직으로 나갈 때 이미 그들은 동의한 것이다. 일반인들은 누리기 힘든 명예와 힘을 얻을 수 있지만, 한 순간 실수한다면 더 큰 고통을 받을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어야 한다.

앞으로 누가 또 카메라 앞에 나서 사과하게 될지 모르지만 한 마디 전하고 싶다. 그대들을 지지했거나 사랑했던 대중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고개 숙인 정수리에 화살이 날아들어도 의연히 받아내길 바란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다고 했다. 높은 자리 일수록 떨어질 때 더 아픈 게 당연한 것이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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