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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나는 인생의 피해자 아닌 창조자입니다

최종수정 2018.03.13 14:11 기사입력 2018.03.13 14:10

[여성칼럼]나는 인생의 피해자 아닌 창조자입니다

몇 년 전 크리스마스에 무슨 봉사활동을 할까 고민하다가 힘든 한해를 보낸 여성 10명을 초대해 장장 10시간에 걸쳐 파티를 연 적이 있습니다. 1부에서는 전문가의 헤어 메이크업과 의상으로 그녀들을 변신시킨 후 사진작가가 화보촬영을 해주었죠. 2부에서는 힐링토크와 음악치료를 하며 그녀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에 귀기울였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사랑받지 못한 기억들, 몸과 마음의 장애, 사랑했던 사람의 배신,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실패, 왕따로 인한 대인공포까지 다양한 사연이 있었지요.

그런데 제가 놀란 것은 그날 봉사자로 오신 분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분들 역시 참석자들 못지않게 기구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더군요.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20대 내내 고생한 끝에 서른 살이 넘어 대학에 가신 분, 강도에게 목졸려 죽을 뻔 했던 분까지도 다른 이들을 돕겠다며 봉사자로 와주셨습니다. 다들 비슷한 고통을 겪었지만 누군가는 '피해자'로, 누군가는 자신이 아파본 적 있기에 다른 사람을 치유하고자 하는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 경험을 계기로 저는 깨달았습니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피해를 입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남은 생을 피해자로 살아갈 것인지, 생존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상처를 더 큰 축복으로 승화시키는 인생의 창조자가 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자서전 못지않은 구구절절한 인생사를 써내려간 이메일을 매일 받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대개 가정불화로 시작 합니다. 술, 도박, 불륜, 가난 등으로 인해 부모님이 매일 싸우고, 폭언과 폭력이 오가고, 이혼과 재혼이 이어집니다. 그로 인해 자신은 방임 또는 학대와 애정결핍을 겪었다고요. 거기서 나아가 자살이나 질병으로 인한 가족의 죽음, 선천적 또는 후천적 장애, 파산이나 사기, 성추행이나 성폭행 등 가슴이 내려앉는 사연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상처와 고통에만 함몰되어 시야가 좁아진 사람들은 고슴도치처럼 뾰족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정도 치유의 과정을 겪고 나면 한번쯤 생각해보세요. '이 고통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어쩌면 당신 인생의 최악의 사건이 당신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시당했기에 더 노력해서 성공하고, 짓밟혔기에 더 용기내어 목소리를 내고, 고통받았기에 위대한 예술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합니다.

파키스탄에는 무크타르 마이라는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의 남동생이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는 이유 하나로 그녀는 남동생 대신 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아버지를 포함한 동네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집단강간을 당한 것입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자살을 선택하지만, 그녀는 소송으로 맞서 3년의 재판 끝에 승소했습니다. 그녀의 책이 전세계 곳곳에서 출판되었고 거기서 생긴 수익금과 후원금으로 그녀는 학교를 설립해 다른 여성들을 돕고 있습니다. 그녀는 분노가 자신을 살렸다고 합니다. 죽을힘이 있다면 살아서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고 자신과 같은 희생자를 줄이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합니다. 평범한 문맹의 시골여인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계기로 위대한 선택을 한 것이지요.
이 지구에 사는 사람 중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인다고 해서,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다음의 선택입니다. 스스로 피해자라 여기며 남은 평생 자신 또는 타인을 원망하고 또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갈 것인지, 상처를 위대한 축복으로 승화시키는 창조자로 살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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