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제가 놀란 것은 그날 봉사자로 오신 분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분들 역시 참석자들 못지않게 기구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더군요.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20대 내내 고생한 끝에 서른 살이 넘어 대학에 가신 분, 강도에게 목졸려 죽을 뻔 했던 분까지도 다른 이들을 돕겠다며 봉사자로 와주셨습니다. 다들 비슷한 고통을 겪었지만 누군가는 '피해자'로, 누군가는 자신이 아파본 적 있기에 다른 사람을 치유하고자 하는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 경험을 계기로 저는 깨달았습니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피해를 입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남은 생을 피해자로 살아갈 것인지, 생존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상처를 더 큰 축복으로 승화시키는 인생의 창조자가 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상처와 고통에만 함몰되어 시야가 좁아진 사람들은 고슴도치처럼 뾰족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정도 치유의 과정을 겪고 나면 한번쯤 생각해보세요. '이 고통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어쩌면 당신 인생의 최악의 사건이 당신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시당했기에 더 노력해서 성공하고, 짓밟혔기에 더 용기내어 목소리를 내고, 고통받았기에 위대한 예술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합니다.
파키스탄에는 무크타르 마이라는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의 남동생이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는 이유 하나로 그녀는 남동생 대신 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아버지를 포함한 동네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집단강간을 당한 것입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자살을 선택하지만, 그녀는 소송으로 맞서 3년의 재판 끝에 승소했습니다. 그녀의 책이 전세계 곳곳에서 출판되었고 거기서 생긴 수익금과 후원금으로 그녀는 학교를 설립해 다른 여성들을 돕고 있습니다. 그녀는 분노가 자신을 살렸다고 합니다. 죽을힘이 있다면 살아서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고 자신과 같은 희생자를 줄이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합니다. 평범한 문맹의 시골여인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계기로 위대한 선택을 한 것이지요.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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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고 맞았는데 아이가 생겼어요"…난리난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