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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GM의 추락이 보여준 주력산업의 민낯

최종수정 2018.02.27 07:33 기사입력 2018.02.26 14:54

조선, 차 등 주력산업 쇠퇴 역력
연명 대신 과감한 산업재편 필요
정부-기업 팀 플레이 되살려 미래 준비해야

최근 한 외신은 존폐기로에 놓인 한국GM을 '한국 차 산업의 카나리아'라고 표현했다. 이 외신은 지난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우리의 차 수출이 감소한 점, 2010년 이후 최저로 떨어진 생산량을 들면서 한국의 차 산업이 조선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한국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가장 취약한 아시아국가로 꼽았으며 인건비가 치솟고, 그래서 경쟁력이 떨어져 원화 약세에만 기대 수출하는 국가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한국의 차 산업은 변화하지 않는다면 바람 빠진 타이어처럼 터져 버릴 것이라고 결론을 맺었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이처럼 싸늘하다. 한국경제의 주춧돌인 5대 주력산업 가운데, 조선업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해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상태다. 철강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의 첫 타깃이 되고 있다. 자동차도 덜컹거리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의 벽에 가로막혀 지난 20년간 국내에서 자동차 공장은 단 한곳도 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반대로 해외생산의 비중은 갈수록 늘어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56%에 달했다. 차 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인 셈이다.

우리 산업구조는 동맥경화에 걸려 있다. 산업 생태계 곳곳에 찌꺼기가 끼어 순환이 이뤄지지 않은 채 10년전, 20년전 산업으로 근근히 연명하고 있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과감한 산업구조 재편 대신 구조조정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을 우려해 무원칙하게 개입해 좀비기업들의 연명에 공적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산업구조 재편은 정부와 기업의 팀 플레이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 정책이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어야 하는 정부와 기업 사이에 소통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기업들의 의견 수렴은 요식행위에 그쳤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기업현장을 방문하고, 경제부처장관들이 기업인들을 모아놓고 간담회도 가지면서 외견상 소통의 장은 마련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내용은 여전히 부실하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한 경제부처 장관의 간담회를 다녀온 기업인은 답답하기만 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해당업종의 미래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애당초 기대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해당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많은 기업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수준 낮은 강연을 하고,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하고, 어려운 질문은 얼버무리는 장관의 모습에 시간만 낭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장관이 기업을 찾으면 해당 기업에 청구서가 날아든다는 하소연도 있다. 짧은 시간 기업을 방문한 장관은 기업이 애로를 얘기하면 검토하겠다는 원론이나, 이미 정책으로 발표한 내용을 되풀이하는 수준의 대답만 한다. 그리고 청구서를 내민다. 지난달 현대차그룹을 찾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정의선 현대차부회장에게 3,4차 협력사 최저임금을 현대차가 책임져달라고 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유형의 소통이 아니다. 청와대와 정부가 정책에 대해 일방적으로 협력을 요청하고 주문하고, 가르치는 대화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 기업은 현장의 애로와 고충을 진지하게 건의하고, 정부는 일방적인 정책홍보 대신 이러한 내용들을 정책에 반영할 의지를 가져야 생산적인 소통이 된다.

GM 사태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주력산업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이라도 보여주기식 소통 대신 우리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 지, 그리고 차세대 산업은 어떻게 키울지를 함께 고민하고 성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에 미래가 있다.

이학인 산업부 부장 leejk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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