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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새 교수/김상혁

최종수정 2018.02.13 12:45 기사입력 2018.02.1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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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새 교수/김상혁


새를 연구하는 교수는 새를 사랑하는 학생과 새를 사랑하지 않는 학생으로 우리를 구분한다. 새를 사랑하면 새 교수에게 사랑받는 제자가 될 수 있다.

어제 그 교수가 강의 도중 조류 관찰용 녹음기를 틀었다.
거기서 문득 흘러나온 새 교수의 흐느낌으로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철새 도래지 해 질 녘의 눈물 나게 아름다운 장관을 묘사해 보지만… 한번 터진 우리의 웃음은 그칠 줄 몰랐다.

그날 새 교수는 모래 목욕하는 새를 보여 주었다.
땅 위에 지은 둥지를 보여 주었다. 가장자리 효과에 관하여 설명하였다.
하지만 도마뱀이 물로 세수를 하든 코끼리가 진흙으로 도포를 하든 그런 것에 누가 관심이나 있단 말인가?

다 큰 어른이 새 떼를 관찰하다 질질 짜는 소리만큼 우리 흥미를 끌 만한 것은 그 수업에 없었으므로, 새 교수, '사람은… 새를 본받아야 합니다!' 같은 말을 진지하게 해 봤자 그게 무슨 소용이 있냔 말이지.
새를 사랑하고 연구하는 교수의 강의는 새의 아름다움에 관하여 아무것도 가르치지 못했다. 새를 사랑하면 새 교수에게 사랑받는 제자가 될 수 있지만 아무도 새 교수의 제자가 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참담하다. 내가 이 시를 읽고 '참담하다'라고까지 말하는 까닭은 실제로 이와 같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잘 아는 어느 시인에 관한 얘기다. 그 시인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 몇몇이 종강 자리에서 깔깔거리며 웃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보았더니, 그 시인이 수업 시간에 시를 읽다가 울컥해 한참을 먹먹하게 젖은 목소리로 강의를 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지만 대학생이나 되었는데 함부로 야단을 칠 수도 없어서 그저 고개만 돌리고 말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후회가 된다. 혼쭐을 내 주지 못한 내가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 사실 그 누구도 "새의 아름다움"을 가르칠 수는 없다. 그리고 그것이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새의 아름다움"에 감동한 사람의 눈물이 웃음거리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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