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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시진핑, 평창행 기회 놓치지 않기를

최종수정 2018.02.01 10:32 기사입력 2018.02.01 10:20

김혜원 베이징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올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마지막까지 가능성을 열어두겠지만 우리 외교가에서도 설득을 포기한 분위기다. 시 주석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불참할 명분은 많다. 우선 폐막식(25일) 불과 일주일 뒤 양회(兩會)가 막을 올린다. 매년 3월 열리는 양회는 중국 공산당의 최대 정치 행사다. 시 주석은 집권 2기 첫 양회에서 개헌까지 단행해 스스로를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毛澤東) 반열에 올려야 하는 만큼 완벽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 공산당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내부 정치 이벤트가 있는 한 평창 동계올림픽이 시 주석의 환심을 살 방법은 딱히 없다.

중국 원수가 동계는 물론 하계올림픽에 참석한 적이 거의 없다는 점도 좋은 핑곗거리다. 이는 오히려 우리 외교가에서 시 주석 설득에 실패한 근거로 내세운다. 최근 만난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2004년부터 총 8번의 동·하계올림픽 가운데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적이 없다"면서 "심지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도 개막식이든 폐막식이든 참석한 전례가 없는데 이번에 한정 상무위원을 보낸 것은 최선의 성의를 표한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부여했다. 바꿔 생각하면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의리를 과시하려고 소치 동계올림픽에 이례적으로 참석했고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처음으로 상무위원을 파견하는 등 나름의 불문율을 스스로 깨고 있는데 한국이라고 못 올 이유는 없어 보인다. '오든지 말든지 내버려 두고 그만 매달려라'는 한국의 반중(反中) 여론은 시 주석에게 심적 부담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얼굴 붉힐 때는 언제고 오란다고 쪼르르 가느냐'는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는 것은 시 주석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대회를 넘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다자 외교 무대다. 선수단은 물론 정상급 외빈의 방한 규모가 역대 최대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이른바 한반도 주변 4강 정상 중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만 참석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깜짝 등장'한다면 한국인의 민심을 돌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동북아시아 리더를 꿈꾸는 시 주석의 염원을 실현할 계기일 수도 있다. 일본 위안부 합의 문제로 한일 관계가 껄끄러운 와중에 아베 총리가 평창행을 결심한 배경에 시 주석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본 집권 자민당과 극우단체가 '평창 보이콧'을 요구한 와중에 일본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베 총리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오히려 지지한다는 여론 조사는 뜻밖이다.

시 주석이 관례를 깨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할 확실한 명분도 있다. 바로 베이징이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라는 점이다. 이미 중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준비에 돌입했을 정도로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동계스포츠 인구 3억명'이라는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안 되면 되게 하라' 강공 전략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2022년이면 시 주석은 10년 임기를 마치고 장기 집권의 갈림길에 선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시 주석이 마지막으로 다자 외교 성과를 내야 하는 국가급 이벤트인 셈이다.
4년 뒤 한중 관계가 어떤 국면일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시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베이징에 와 달라고 읍소하는, 지금과는 정반대 입장일 것은 분명하다. 시 주석의 의지만 있다면 아직도 평창행 티켓은 유효하다. 최악으로 추락한 한중 관계를 새로운 출발선으로 되돌릴 절호의 기회임을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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