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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행복회로와 최저임금

최종수정 2018.01.24 11:01 기사입력 2018.01.24 10:33

며칠 전 친구들을 만난 자리. 대화 도중 한 친구가 비트코인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누가 얼마를 벌었다더라, 누구는 몇 십억원을 벌고 회사를 관뒀다더라 등. 친구는 본인도 투자를 했는데 최근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정부가 저렇게 규제를 하면 앞으로 시장이 더욱 힘들어지지 않겠냐고 하자 친구는 "행복회로 돌리면서 버티는 중"이라고 했다.

'행복회로'. 처음 듣는 단어가 생소하고 신기했다.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라고 한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정부 규제가 나올 때마다 '사실은 이 모든 것들이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좋게 해석하는 것을 행복회로라고 한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과거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었다. '정신승리'. 분명 자신이 졌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결국 내가 이긴 것이다'라며 스스로 자위 하는 것을 정신승리라고 불렀다.

대표적으로 스포츠경기 캐스터들이 경기는 졌지만 내용면에서는 우리가 이긴 것이라는 표현을 할 때 자주 쓴다.
'뇌피셜'이라는 신조어도 자주 쓰인다고 한다. 머리속 뇌와 오피셜을 합친 단어다. 자신의 개인적 생각을 마치 절대법칙이나, 진리처럼 내세우는 것을 뇌피셜이라고 부른다. 요즘 언론사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 '뇌피셜로 기사를 썼다'는 식의 비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팩트가 약하거나 기자 개인의 분석이 들어간 기사에 주로 이런 댓글이 달린다.

이런 경우도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들이 꼭 들어 맞는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논란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현장을 방문했던 모 부처 장관은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다'내용의 멘션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현장에 가서 가서 들어보니 다들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에 동의하고 있었다라는 뉘앙스였다. 뿐만 아니다. 총 동원령이 내려진 듯 일제히 현장을 찾은 청와대 참모나 부처 장관들도 직접 사업주들을 만나 정부 의지를 설명하면 다들 동의했다는 식의 해석을 내놨다.

참으로 희안한 현상이다. 같은 사람들에게 같은 얘기를 들었는데 정부와 현장의 해석이 판이하다. 기사작성 때문에 만난 편의점주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부부가 12시간씩 매장에서 일을 한다. 최근에는 방학을 맞은 중학생 아들까지 가세했다. 인건비 부담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포기하고 직접 발로 뛴다는 소규모 영세업자들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영세 사업주들은 자기 임금을 받는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들에게 아르바이트 시급 인상은 감당키 어려운 게 당연하다.
정책 수립 과정도 잘못됐다. 일단 대선공약을 지킨다며 정책부터 시행했다. 논란이 커지자 부랴부랴 현장을 찾고 짜깁기, 패키지 대책을 내놨다. 현장의 애로사항을 먼저 듣고 실행해야 후유증도 최소화하고 실효성있는 정책이 나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터.

현장점검을 나간 정부 관계자들은 상황을 '행복회로'에 넣고 돌리고, '뇌피셜'로 분석하고 '정신승리'로 결론을 내리니 온 세상이 밝게만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일종의 현실도피일까.

한 청와대 참모는 최저임금 인상 관련 현장방문에서 한 업주가 힘들어서 일을 못하겠다고 하소연에 '그러면 파트타임을 더 쓰시라'는 황당한 권유를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현장과 겉도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프랑스 혁명 직전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아뚜아네트는 파리 시민들이 빵이 없어 굶는다고 하자 그럼 쿠키를 먹으면 될 게 아니냐고 답했다고 한다.(와전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이유를 막론하고 현실을 너무나도 몰랐던 그녀의 마지막은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이초희 소비자경제부장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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