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쇼호스트의 설명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 들어 "저 물건을 지금 안 사면 왠지 크게 손해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때로는 화면 속 제품만 구입하면 마치 마법처럼 힘든 집안일을 척척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이 생긴다. 몇 번 망설이다가도 결국 마지막 순간에 주섬주섬 카드를 꺼내 주문을 넣는다. 심지어 꽤 고가의 상품이라도 최대 수십 개월까지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니 이렇게 편리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없는 것이다.
반면 가치집중형 소비는 불투명한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는 소비패턴으로, 이른바 '욜로족'이나 '키덜트족'처럼 가치있고 의미있다고 여겨지는 소비행위에 집중하는 부류들이 포함된다. 이들은 가벼운 일상의 기분 풀기에서부터 고가의 쇼핑이나 콘서트 같은 여가문화적 소비행태를 통해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해소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가성비보다는 마음의 만족을 뜻하는 가심비를 중시한다.
얼마 전 방학기간을 이용해 그동안 미뤄두었던 집안 정리를 큰 맘 먹고 시작했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 사용빈도가 높지는 않지만 가끔씩 요긴하게 쓰는 물건, 사용성은 매우 낮지만 버리기 아까운 물건, 보관만 할 뿐 앞으로도 쓸 기회가 거의 없는 물건 등 내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정리에 들어갔다. 그러다보니 버릴 짐들이 작은 방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로 쌓이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아파트 한 평이 얼마인데 그동안 이런 쓰지도 못할 물건들로 비싼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어느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그야말로 '스튜핏'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내 경우는 앞서 언급한 소비패턴 중 어디에 속할까 고민해보니 무개념의 낭비형 소비패턴이었다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김영주 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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