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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현명한 소비자 되기

최종수정 2018.01.23 11:14 기사입력 2018.01.23 11:14

김영주 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
소득공제 신고서를 작성하면서 카드사용 내역을 살펴보니 도대체 이 돈을 어디에 다 쓴 건가 싶을 정도의 통 큰 씀씀이에 새삼 놀랬다. 우리 집은 식구도 적은데다 개인적으로 집에 외부인이 드나드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출산 후 몸조리 때를 제외하고는 가사도우미를 써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도우미 없이 집안일까지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면서 체력도 떨어져 가능하면 힘들이지 않고 집안일을 해결할 방법을 자꾸 찾게 된다. 이런 나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크게 일조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이다.

TV 속 쇼호스트의 설명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 들어 "저 물건을 지금 안 사면 왠지 크게 손해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때로는 화면 속 제품만 구입하면 마치 마법처럼 힘든 집안일을 척척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이 생긴다. 몇 번 망설이다가도 결국 마지막 순간에 주섬주섬 카드를 꺼내 주문을 넣는다. 심지어 꽤 고가의 상품이라도 최대 수십 개월까지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니 이렇게 편리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없는 것이다.

최근 소비트렌드를 분석한 한 연구기관의 발표를 보면, 소비유형은 크게 전략형 소비와 가치집중형 소비로 구분된다. 전략형 소비는 제품의 효율성과 필요성에 집중하는 경우로, 흔히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를 중시하거나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만을 최소한으로 소비하는 방식이다. 가능하면 물건을 비우고 정리함으로써 심신의 안녕과 공간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반면 가치집중형 소비는 불투명한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는 소비패턴으로, 이른바 '욜로족'이나 '키덜트족'처럼 가치있고 의미있다고 여겨지는 소비행위에 집중하는 부류들이 포함된다. 이들은 가벼운 일상의 기분 풀기에서부터 고가의 쇼핑이나 콘서트 같은 여가문화적 소비행태를 통해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해소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가성비보다는 마음의 만족을 뜻하는 가심비를 중시한다.

얼마 전 방학기간을 이용해 그동안 미뤄두었던 집안 정리를 큰 맘 먹고 시작했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 사용빈도가 높지는 않지만 가끔씩 요긴하게 쓰는 물건, 사용성은 매우 낮지만 버리기 아까운 물건, 보관만 할 뿐 앞으로도 쓸 기회가 거의 없는 물건 등 내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정리에 들어갔다. 그러다보니 버릴 짐들이 작은 방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로 쌓이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아파트 한 평이 얼마인데 그동안 이런 쓰지도 못할 물건들로 비싼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어느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그야말로 '스튜핏'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내 경우는 앞서 언급한 소비패턴 중 어디에 속할까 고민해보니 무개념의 낭비형 소비패턴이었다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현대 소비중심 경제체제에서는 현명한 소비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현명한 소비자란 단순히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필요한 소비와 지출을 잘 하는 소비자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 소비자 교육은 소비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소비자에게 필요한 지식ㆍ기술ㆍ태도를 가르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현명한 소비자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 이미 약 100년 전부터 강조되면서 관련 교육이 구체화됐다. 일본만 해도 우리보다 약 30년 정도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발전해왔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부터 바람직한 소비문화 구현을 위한 교육이 시작된 이래, 현재는 초등학교 때부터 정규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현명한 소비문화를 좀 더 확산ㆍ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ㆍ관련 단체ㆍ학교ㆍ가정 등에서 지금보다 더 다양한 방식의 소비자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김영주 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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