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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암호화폐 논란에 대한 소견

최종수정 2018.01.23 11:16 기사입력 2018.01.23 11:16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가상통화 논란이 뜨겁다. 가격의 급등락뿐 아니라 용어 정의부터 화폐로서의 자격, 블록체인 기술과의 분리 가능성 등 논쟁거리도 다양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슈는 가상통화 거래에 대한 규제 문제일 것이다. 특히 지난 11일 법무부장관의 '거래소 폐지 검토' 발언은 큰 후폭풍을 낳았다. 시장이 급격히 흔들리며 시장 참여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청와대는 황급히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사실 전문가 의견도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핀테크를 연구하는 IT 전문가들은 가상통화를 지나치게 규제하는 건 산업발전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제도권 금융전문가나 규제당국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상통화는 가치를 갖고 있지 못한 거품이며 튤립투기처럼 큰 피해만 남길 것이므로 거래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양쪽 모두 나름의 확신과 근거를 가지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투기와 투자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선물거래는 투기인가 투자인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표현대로 내로남불 즉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인 셈이다.

가상통화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현시점에서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표적 가상통화 비트코인은 분명히 '거품 상태'에 있다. 거품이 꺼지면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입을 것이다. 그러나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가 지는 것이지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할 명분은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과거 산업 발전의 획기적 도약을 가져온 기술은 기존 시스템을 개량ㆍ개선한 것이 아니라 창조적 파괴를 통해 전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들이었다. 증기기관ㆍ전기ㆍ컴퓨터 그리고 인터넷이 그랬듯이 말이다. 개발 당시에는 획기적 기술이라 여겨졌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기술도 물론 많다. 지금의 가상통화가 제2의 인터넷이 될지 튤립이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예상되는 부작용만 보고 싹을 잘라버린다면 그 기술이 가져다 줄 과실을 영영 누릴 수 없을지 모른다. 블록체인 기술을 가상통화와 분리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가상통화 거래가 금지되면 기술개발 동력은 상당부분 훼손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정책 방향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은 금융규제가 상당히 강한 나라이지만 지난해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가상통화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거래소에 대해 등록제를 도입했다. 가상통화 활용시 회계규칙도 일본 기업회계기준위원회(ASBJ)에 마련하는 등, 결제수단으로서 가상통화를 법적으로 인정했다. 몰론 일본에서도 반대 의견은 있다. 정부가 가상통화 제도화에 적극 나서다 보니 거래가 너무 늘어 그만큼 피해도 커졌다는 것이다.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액 중 엔화 비중은 62%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이런 정책 방향은 가상통화 거래를 "우선 막고 보자"는 한국 규제당국의 생각보다는 진일보 한 것이라 평가하고 싶다.
세계적인 금융전문가들조차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 역시 가상통화 거품이 꺼지고 말 것인지 기존 화폐 시스템의 대안으로 부상할 것인지 예측하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거래의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수단으로 가상통화 거래는 일정한 규제 아래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가상통화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규제 일변도로만 나간다면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로 이동하게 될 것이고 투자자 보호는 더 어려워진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 중 하나가 '혁신성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블록체인 기술 개발은 놓칠 수 없는 가치다. 규제를 하더라도 기술과 시장발전을 담보하는 수위를 유지하는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자금 세탁 방지, 추척 가능한 가상통화에 대해서만 거래 허용, 투자이익에 대한 과세 등 규제는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연학(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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