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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호텔을 노숙자쉼터로 바꾸는 뉴욕시

최종수정 2018.01.18 11:19 기사입력 2018.01.1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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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아시아경제 뉴욕 특파원

김은별 아시아경제 뉴욕 특파원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미 동부지역에 눈보라와 한파가 강타했던 1월 초, 아침뉴스를 보다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역사적으로 가장 추운 날이란 기록을 세우고 있는 만큼, 뉴욕시 노숙자들은 당장 쉼터를 찾으라는 발언이었다. 날씨정보를 전해주는 기상캐스터가 노숙자 쉼터에 대해 언급하고, 자막으로는 대표 전화번호와 빈 자리가 많이 남아있는 쉼터의 이름이 깔리는 모습이 꽤 신선했다.

그 후 열흘 가량 지난 16일(현지시간), 빌 더 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맨해튼에 새로운 노숙자 쉼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과거 고급 레지던스 건물, 최근에는 ‘파크 사보이’ 호텔로 사용됐던 건물을 노숙자 쉼터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150명의 남성 노숙자를 수용할 계획인 이 노숙자 쉼터는 뉴욕 맨해튼에서도 중심가인 미드타운에 위치해 있다. 센트럴 파크 남단에 위치한 이 지역은 카네기홀 등이 위치한 곳으로 땅값도 높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다. 이 건물 인근에 있는 유명한 건물 원57빌딩은 최근 1억달러(1071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보통 대도시 노숙자 쉼터가 시 외곽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제안이다.

블라지오 시장은 "도시 전역 여러 지역에 90개의 노숙자 쉼터를 열기를 희망한다"며 "충분한 노숙자 쉼터를 확보하기 위해 모두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90개의 노숙자 쉼터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새로운 규칙도 만들었다. 노숙자 쉼터를 만들 장소를 지정,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은 쉼터를 오픈하기 전 30일에만 알리면 된다는 규칙이다. 30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노숙자 쉼터는 시에서 정하면 거의 그대로 진행되는 셈이다.

물론 불만이 없지 않다. 인근지역 상인들의 불만이 가장 크다. 노숙자 쉼터가 지어지는 곳 인근에서 그리스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상인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는 게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본다"며 "최소 통보기한인 30일도 너무 짧다"고 말했다. 뉴욕시 의회 의원 중 일부는 지역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노숙자 쉼터가 지어지는 것에 대해 크게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뉴욕이 민주당 텃밭이며, 블라지오 시장이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놀라울 따름이다.

인근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노숙자 쉼터가 없을 때에도 길거리나 지하철역에서 잠을 자고 있는 노숙자들을 매일 마주친다"며 "그들이 실내로 이동하는 것 뿐"이라고 반응했다. 또다른 주민도 "이 지역이 노숙자 쉼터로 최적화된 장소냐고 묻는다면, 거기에는 대답할 수가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이 정책에 반대는 하지 않겠다. 이 도시에는 집이 없는 사람도 살고 있고 그들을 위한 공간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일련의 사건들은 서울시가 노숙자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관련 예산을 늘리면서 반발을 샀던 점을 떠올리게 했다. 서울시의 노숙인 예산은 해마다 10~14% 가량 늘고 있고, 2018년 예산은 5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되면서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 노숙자 수는 총 3241명으로 집계돼, 뉴욕시의 16일 기준 노숙자 쉼터 이용자수 총 6만480명과 동등하게 비교할 수는 없다. 무조건적인 지원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뉴욕시의 노숙자 관리 시스템과 인식에 대해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뉴욕시는 시 주관의 '노숙자 서비스 부서'라는 이름의 부서를 따로 운영하고, 매일 현황을 공개한다. 그리고 나라면, 집 근처에 노숙자 쉼터가 생긴다고 했을 때 "그들도 공생해야 한다"고 '쿨한' 답을 할 수 있을까.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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