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수업에 들여보내 놓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부모들로 대기실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일부 학부모들은 차디찬 계단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꼬박 1시간을 기다린다. 건물 밖 주차장 용도로 마련된 공터 입구는 입출차 차량들이 서로 엉켜 일대 차량 통행이 마비된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 사회에 살면서 아이 교육에 있어 입 소문난 뭔가(?)를 하려면 많은 비용과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건 이미 많은 부모들이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다. '공부 좀 한다' 하는 아이들이 몰려 있는 한 유명 사고력 학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서는 15만~2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영재 판별검사를 받고 일정 수준의 기준점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역시 워낙 입소문이 나 예약제로 운영되다 보니 검사 신청을 하고 6개월은 기다려야 시험의 기회가 주어질 정도다.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 자녀 교육의 필수 요소라는 우스갯소리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게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교육열이 지극했던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란 말이 있는 것처럼 자식을 더 잘 가르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교육부가 경쟁적인 교육열을 식혀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편안하고 즐거운 환경에서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갖고 있다. 다만, 정책은 민심을 반영해야 하는 만큼 정부는 부모들이 왜 유치원ㆍ어린이집에서 방과후 수업으로 영어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나를 먼저 헤아려 보는 게 필요하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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