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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너희가 한국맹모를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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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한글도 못 뗀 아이 이름으로 등록 예약을 걸어 놓고도 1~2년을 대기한 후에나 들어갈 수 있는 광화문의 한 유명 어학원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진풍경이 벌어진다.

아이를 수업에 들여보내 놓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부모들로 대기실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일부 학부모들은 차디찬 계단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꼬박 1시간을 기다린다. 건물 밖 주차장 용도로 마련된 공터 입구는 입출차 차량들이 서로 엉켜 일대 차량 통행이 마비된다.
어학원 인근 분식집은 10분간 주어지는 쉬는 시간 동안 아이에게 먹일 김밥을 사려는 엄마들로 북적인다. 사교육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분위기 속에서 이왕이면 잘 교육 받은 원어민 선생님에게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아이를 교육 받게 하려는 부모들이 몰리면서 만들어낸 토요일 광화문 풍경이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 사회에 살면서 아이 교육에 있어 입 소문난 뭔가(?)를 하려면 많은 비용과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건 이미 많은 부모들이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다. '공부 좀 한다' 하는 아이들이 몰려 있는 한 유명 사고력 학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서는 15만~2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영재 판별검사를 받고 일정 수준의 기준점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역시 워낙 입소문이 나 예약제로 운영되다 보니 검사 신청을 하고 6개월은 기다려야 시험의 기회가 주어질 정도다.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 자녀 교육의 필수 요소라는 우스갯소리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게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교육열이 지극했던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란 말이 있는 것처럼 자식을 더 잘 가르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높은 사교육비 때문에 교육의 불평등 문제가 야기되고 사회적 갈등이 커지자 경쟁적인 교육열이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교육부는 영어 선행학습을 막겠다는 취지하에 최근 초등학교와 유치원 영어교육을 단두대에 올려 놓았다. 초등 1, 2학년에 이어 유치원ㆍ어린이집 영어수업(방과후 및 특별활동) 금지 방침을 발표했지만 엄마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재검토'를 얘기하며 한 발짝 물러나는 분위기다.

교육부가 경쟁적인 교육열을 식혀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편안하고 즐거운 환경에서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갖고 있다. 다만, 정책은 민심을 반영해야 하는 만큼 정부는 부모들이 왜 유치원ㆍ어린이집에서 방과후 수업으로 영어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나를 먼저 헤아려 보는 게 필요하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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