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영향을 줄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가족관계에도 전대미문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화 이전에는 조혼 풍습에 이른 결혼과 출산으로 증조부, 고조부까지 볼 수 있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고령화로 인해 증손을 보는 것도 드문 일이 됐다. 이와 함께 조부모가 손주를 키우는 조부모 육아(일명 황혼 육아)가 흔해졌고, 남녀간의 수명의 차이에 의한 생애 말기 독거노인의 문제, 초고령 노인 부모를 고령의 자녀가 돌보는 '노노케어(老老CARE)'도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년기의 손자 양육은 너무나 힘든 부담이지만, 육체적 고단함에 반해 손자와의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함으로 얻어지는 정서적 안정과 행복감은 바꿀 수 없는 보상이 되기도 한다. 십여 년 전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는 조부모 육아가 건강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발표됐으나, 최근에는 노인들이 오히려 본인들의 건강 관리에 힘을 쓰는 계기가 되고, 손자들과의 교감아 정신적으로 도움이 돼 오히려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나왔다.
실제로 장성한 손자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 초고령 환자분들을 보면 대부분 부모처럼 사랑으로 키워 준 보답을 받는 경우다. 때문에 건강하다면 조부모 육아를 힘들고 어려운 부담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좀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최근에는 90대 부모를 70대 자녀가 보살피는 경우인 '노노케어(老老CARE)'도 흔해졌다. 이 경우 70대 자녀의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가 올 수 있다. 근골격계 질환뿐만 아니라, 우울증, 영양불량, 만성질환의 악화 등이 흔히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역시 사회적으로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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