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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노노케어(老老CARE) 시대 가족의 의미

최종수정 2018.01.16 11:02 기사입력 2018.01.16 11:02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지난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를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더불어 85세 이상의 고령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백세시대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백세까지 살 가능성이 절반이며, 현재 인구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50~60대 장년층의 경우 대략 6~7명 중 한명은 백세까지 수명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영향을 줄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가족관계에도 전대미문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화 이전에는 조혼 풍습에 이른 결혼과 출산으로 증조부, 고조부까지 볼 수 있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고령화로 인해 증손을 보는 것도 드문 일이 됐다. 이와 함께 조부모가 손주를 키우는 조부모 육아(일명 황혼 육아)가 흔해졌고, 남녀간의 수명의 차이에 의한 생애 말기 독거노인의 문제, 초고령 노인 부모를 고령의 자녀가 돌보는 '노노케어(老老CARE)'도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결혼을 하지 않는 20대 청년들이 "지금 결혼하면 80년을 같이 살아야 하는데요?"라는 말을 농담 삼아 많이 하는데 노년기 이후 자기의 삶을 찾기를 원하는 황혼의 이혼과 재혼 문제도 쉽지 않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자 노인의 경우 사별 이후 거의 10년을 독거노인으로 사는 경우가 많으며,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긴 시간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노년기 질병과 간병고 관련된 보고에 따르면, 남성 노인은 노년기 질병에 걸리면 부인이 간병을 담당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으나, 여성 노인은 남편이 그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이 매우 적었고, 자녀에게 의지하거나 시설에 들어가게 되는 비율이 높았다.

노년기의 손자 양육은 너무나 힘든 부담이지만, 육체적 고단함에 반해 손자와의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함으로 얻어지는 정서적 안정과 행복감은 바꿀 수 없는 보상이 되기도 한다. 십여 년 전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는 조부모 육아가 건강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발표됐으나, 최근에는 노인들이 오히려 본인들의 건강 관리에 힘을 쓰는 계기가 되고, 손자들과의 교감아 정신적으로 도움이 돼 오히려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나왔다.

실제로 장성한 손자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 초고령 환자분들을 보면 대부분 부모처럼 사랑으로 키워 준 보답을 받는 경우다. 때문에 건강하다면 조부모 육아를 힘들고 어려운 부담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좀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최근에는 90대 부모를 70대 자녀가 보살피는 경우인 '노노케어(老老CARE)'도 흔해졌다. 이 경우 70대 자녀의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가 올 수 있다. 근골격계 질환뿐만 아니라, 우울증, 영양불량, 만성질환의 악화 등이 흔히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역시 사회적으로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50~60대 은퇴 후의 여생이 그동안 사회생활을 해왔던 기간만큼이나 길어지고 있기에 제2의 인생이 말뿐이 아닌 진지한 현실이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대비를 잘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은퇴와 노년기에 대한 준비가 어쩌면 대입과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고3 수험생, 20대 만큼이나 절실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50세를 넘기면서 필자의 남편이 "그래도 마지막에 남는 것은 나밖에 없을 거야" 라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주장하는데 과연 그럴까? "나는 나중에 똘똘한 간병로봇과 살 거야!"라고 외쳐보는 시대가 곧 올 것 같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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