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한국을 자주 다니고 홍익대 앞 젊은 분위기를 즐기며 설화수 화장품만 쓴다는 30대 초반 중국인 여성은 "눈치를 보느라 가고 싶어도 가지 못 한다"고 했다. 이 친구는 소위 말하는 '한류 덕후'다. 한류에 빠져 한국어를 스스로 터득할 정도의 친한파(親韓派)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한국의 '한'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누구 눈치를 보느냐고 되물었더니 누구라고 콕 짚어 이야기할 수는 없어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 사드가 뭔지 아느냐고 했더니 한국이 중국을 군사적으로 위험하게 하는 것이라며 얼버무린다. 아는 상식 선에서 설명을 이어갔더니 그제서야 "우리는 위에서 싫은 티를 내면 자발적으로 행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는다.
요우커 1000만명 시대가 머지 않았다며 방방 뜰 때가 불과 3~4년 전이다. 오는 2020년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요우커 수가 1199만명으로 증가하고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32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한 국책 연구기관의 4년 전 보고서는 지금도 인터넷상에 떠돈다. 그 때도 우리는 요우커 1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저가 관광 구조를 개편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진 요우커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사드라는 돌발 변수로 1년 이상 중국인 관관객의 한국행 발길이 뚝 끊겼지만 우리 관광 업계가 위기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묻고 싶다.
영유권 분쟁으로 우리보다 앞서 요우커를 활용한 중국의 외교 보복을 당한 일본은 관광 다각화를 통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우리도 학습효과를 발휘한다면 '한국은 싼 값에 쇼핑하러 가는 곳'이라는 저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관광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 해 요우커의 해외 출국 횟수는 1억3000만회를 넘는다. 이들이 일으키는 경제 효과가 수십조원 단위다. 사드로 촉발한 우리 국민의 반중(反中) 정서 탓에 요우커의 한국 방문을 대놓고 외면하기에는 그들의 경제적 존재감이 이미 커질대로 커졌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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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직장 잃을 위기에 놓였다…한국 삼킨 초저...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