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세계 12위권에 들어섰다 하고, 내년이면 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온다고 말하지만 이런 성과가 거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부존 자원이 부족한 형편에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 모두 외국에서 돈을 벌어오지 않으면 나라의 살림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대외 의존도가 높다는 얘기다.
우리는 한미동맹이라는 튼튼한 배경 덕분에 1953년 휴전 이후 이런 저런 작은 충돌은 있었지만 대체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70년 넘게 군의 전시작전통제권까지 넘겨준 대외 의존적인 국가안보 태세로, 그 틈바구니에서 우리 경제는 발전할 수 있었다. 그만큼 국가 안보에서도 대외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이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모든 국가 정책 뿐 아니라 정부 조직의 우선순위를 당연히 대외 담당 부처에게 돌려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정부 조직법을 보면 대뜸 알 수 있다. 외교부는 정부 보직의 우선순위에서 3~4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국무장관이 수석장관이다. 영국은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11번지 재무부장관 관저, 12번지 외교부장관 관저로 지정한 것을 보아 이것이 서열이다. 독일은 전후 및 통일시대 기민당과 사민당의 양 당 사이에 자민당이 있었다. 연립정부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자민당의 한스 디트리히 겐셔 당수가 정부서열 2위인 외교부 장관직을 18년간이나 차지해 분단된 독일 대외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현행 우리 헌법 제71조를 보면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되어 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황교안 총리마저 사퇴했다면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순으로 대행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렇게 됐다면 과연 정상적인 사태수습과 정부운영이 가능했을까? 한나라의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정부가 조직되고, 그 조직에 상응한 적절한 인사가 이루어졌을 때 안정된 정부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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