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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액티브X,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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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의 일이다. 2014년 3월20일 청와대에서 '규제개혁 끝장토론'이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수석비서관ㆍ장관ㆍ재계단체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생중계였다. 당초 4시간짜리 행사는 7시간으로 늘었다. 단연 '천송이 코트'가 화제였다. 중국에서 대박을 터트린 한류 드라마 속 주인공(천송이)이 입은 코트. 그 코트를 사려는 중국인들의 온라인 주문이 쇄도했지만 액티브X에 가로막혔다는 지적에 박 전 대통령이 질타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7시간짜리 '쇼잉'은 약발이 짧았다.

그로부터 3년8개월이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액티브X를 없애라고 다시 주문했다. 내년 소득세 연말정산 시스템부터 적용하는 게 정부 목표다. 이번에는 정말 사라질까.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나왔으니 가능성은 높다. 내년에 사라진다면 16년 만이다. 2002년 정부가 인터넷 뱅킹 공인인증서를 도입한 때부터. 액티브X 하나 없애는 데 십수년이 걸린 셈이다.
만들기는 쉬워도 없애기는 어려운 게 규제다.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뽑기,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 빼기가 정치 구호에 머문 이유다. 규제는 공무원에겐 힘이요, 누군가에겐 이득이다. 공무원이 스스로 힘을 뺄 리 없고 손해를 감수할 누군가도 없다. 이래저래 규제는 목숨이 질기다.

4차 산업 시대에 '개망신법'도 마찬가지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의 한 글자씩을 딴 자극적인 이름은 함의가 분명하다. '정부가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 결과는 이렇다. 온라인 거래 1건마다 읽어야 하는 정보제공ㆍ이용 동의서가 평균 2500자가 넘는다. 2500자를 읽는 데만 10분 남짓 걸린다. 그마저도 100명 중 4명만이 읽는다. 나머지 96명은 잽싸게 '동의' 버튼을 눌러댄다. 과도한 규제가 낳은 피로감 탓이다.

우리처럼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나라는 드물다. '데이터는 미래의 석유다.' 4차 산업을 준비하는 나라들은 미래의 석유를 추출하느라 분주하다. 우리는 역주행하고 있다. '당신의 정보를 소중히 지켜드립니다.' 법과 제도가 촘촘하다. 규제 만능주의다.
정부 인식이 바꿔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하게 물으면 사고는 줄어든다. 그것을 법으로 관리 감독하다보니 기업들은 느슨해지고 신사업은 물건너간다. '심판이 누군지 팬들이 모르도록 하는 게 최고의 심판이다.' 전설적인 야구심판 빌 클렘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없는 것 같은 규제가 최고의 규제'다. 송구영신, 묵은해와 함께 떠나보낼 것은 낡고 닳은 규제들이다.






이정일 4차산업부장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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