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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세무사법 개정은 잘못됐다

최종수정 2018.01.19 09:45 기사입력 2017.12.27 10:32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지난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을 박탈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세무사법 개정안은 국민의 선택권, 재산권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2소위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었다. 국회법은 법사위가 '부당하게' 120일 이상 회의를 열지 않을 때, 예외적으로 국회의장이 원내대표와 합의를 거쳐 본회의에 법안을 부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무사법은 최초로 위와 같은 패스트트랙을 적용할 만큼 시급한 민생 사안이 아님에도, 국회의장과 3당 대표의 밀실 야합으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졸속 개정된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으로 인한 변호사 수의 폭발적 증가에 따라 세무에 특화된 변호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조세심판, 소송 뿐 아니라, 기장, 세무조정과 같은 세무대리 업무를 하고자 하는 신규 변호사가 대단히 많으므로, 국민이 변호사와 세무사 중 어느 곳에 세무대리를 맡길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선택권과 재산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세무사는 과거에 적은 숫자의 변호사들이 기술적 성격이 강한 세무대리 업무를 모두 처리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로 도입됐다. 세무사법에 세무사의 직무로 규정돼 있는 '조세에 관한 각종 신청, 서류작성, 자문, 의견 진술'은 모두 '세법의 영역에 관한 일반 법률사무'로서 변호사법에 따른 변호사의 직무다. 세무사법이 변호사에게 세무사로서의 자격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당연한 법리를 확인한 것이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변호사와 회계사 두 전문 직역만이 존재하는데, 우리도 앞으로 이 같은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개정 세무사법은 고도의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이 세무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장려해야 할 정책적 필요성이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국민들의 선택권과 재산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법률서비스의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켰다. 변리사나 세무사 등 법조유사직역은 소수의 변호사만 있던 시대에 부족한 분야를 보충하기 위해 임시로 일본의 제도를 수입한 결과였다. 변호사가 대량 배출되는 상황에서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대에 역행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또한 고도화되고 전문화된 사회에서 다양한 전공, 지식 및 경험을 갖춘 전문가에게 법률 이론 및 실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해 이들을 세무, 특허, 의료 등 직역별 전문 변호사로 배출함으로써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의 도입 취지에도 정면으로 역행한다. 2016년 현재 변리사 자격자 52명, 공인회계사 자격자 133명, 세무사 자격자 33명, 의사나 약사 자격자 119명이 법전원에 입학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거나 취득 중에 있다. 이렇듯 진정한 소송전문가인 변호사가 되려면 법전원에 들어와 3년의 수업기간을 거치면 된다.

아울러 2015년 서울고등법원은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원천봉쇄가 직업의 자유, 평등의 원칙, 기본권의 본질적인 침해 금지에 위반된다는 판단 하에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제청신청을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위 사안에 대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다면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도 역시 헌법에 반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법사위에서 심사 중이던 세무사법 개정안을 아무런 이유 없이 가볍게 통과시키고 말았다.
국민의 선택권, 재산권, 법조인 수급 정책과 관련해 심도 깊은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당사자인 대한변협 등 유관 기관과의 논의도 없이 졸속 통과시킨 저의가 무엇인지 납득할 수 없다. 국민의 세무 분야에 관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변호사 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세무사법 개정을 강력히 반대한다. 세무사법 개악으로 국민의 전문가 선택권을 축소시킴에 따른 향후 벌어질 조세 업무에 관한 혼란과 부작용의 책임은, 별다른 검토 없이 위헌적 법률안을 통과시킨 이들이 져야 한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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