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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1년 전 다이어리를 꺼내어

최종수정 2017.12.27 11:22 기사입력 2017.12.27 11:22

 

봄여름가을겨울은 3집에 실린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에서 이렇게 읊조렸다. "오늘은 낡은 책상 서랍에서 10년이나 지난 일기를 꺼내어 들었지, 왜 그토록 많은 고민의 낱말들이 그 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지…" 그러면서 물론 힘겨운 날들도 많았지만 가끔은 깜짝 놀랄 만큼 재미있는 일도 있지 않았냐며 슬쩍 위로를 건넨다. 1992년 발표된, 25년도 더 지난 노랫말이지만 새해를 닷새 남겨둔 요사이에도 제법 잘 어울린다. 10년 전은 아니지만 1년 전의 다이어리만 꺼내 봐도 비슷한 감상에 젖게 되기 때문이다. 1년 전에도 새해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희망에 장대한 계획들을 다이어리에 빼곡히 써 내려가지 않았던가. 채 1년도 안 돼 가물거리게 될 고민의 낱말들에 괜스레 머쓱해지기도 한다. 하나도 지키지 못했던 새해 계획들을 다시 새 다이어리에 옮겨 적는 수밖에.

 

그렇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대개는 다 그런 모양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설문조사를 했더니 84.2%가 매년 새해 계획을 반복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 이상이 매년 실패하는 계획을 이맘때면 다시 꺼내 새해에는 반드시 실행에 옮기리라 결연히 다짐만 한다는 얘기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이어트, 운동, 자기계발, 외국어 공부 순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목표들은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앞으로 한 발 내디뎠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곳은 필시 1년 전보다 조금은 바람직하게 변한 곳일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포스트가 올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평가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만 아니라면 말이다. 1년 전 다이어리에 적지는 않았지만 올 한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많은 일들에 우리는 관여했고 기여한 것이 분명하다는 얘기다. 폴란드의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도 일찍이 '시대의 자식들'에서 이렇게 쓰지 않았던가. "하루 내내, 밤중 내내, 모든 일은-당신의 일, 우리 일, 그들의 일은 / 모두 정치이다."

 

달성하지 못한 목표들로 메워지더라고 깜짝 놀랄 만큼 재미있는 일을 반추하며 내년의 계획들을 세워보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또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살 테고 그 힘으로 우리 사회는 어디론가 나아갈 것이다. 매년 같은 계획을 반복해 세우게 되지만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적을 수 있는 이유다. 하여 봄여름가을겨울은 이렇게 노래했나 보다. "내겐 더 많은 날이 있어 무슨 걱정이 있을까, 어제 힘들었던 순간들은 모두 지나간 것일 뿐."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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