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에 대한 의미와 인식ㆍ태도의 성별 차이는 사회의 특성에 따라 설명되기도 한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처럼 집단의 이상이나 가치체계가 중시되던 폐쇄적인 전통사회에서는 남녀가 확실히 차별돼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돼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사회에서 남성은 적극적이고 집단 중심적인 반면, 여성은 낮은 지위와 역할을 지닌 소극적이며 자녀 중심적인 존재로 간주됨에 따라 주거공간은 명확히 분리됐고 성차별이 나타났다. 한편 프라이버시와 자유가 중시되는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생활의 중요성이 인지돼 주거공간 내에서도 공간적인 남녀 차별은 감소하고 가족 모두가 평등하게 교류하고 화합할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이 인식됐다.
이후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하면서 주거생활과 가사노동의 효율성에 대한 관심과 기능적 건축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대응하여 나타난 대표적인 공간의 변화가 거실ㆍ식당ㆍ부엌과 다른 공동실을 통합해 구성하는 개방형 주거공간이다. 효율적인 공간계획과 편리한 가전제품 등 도입으로 남성이 가사에 참여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이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시간이 증가한 만큼 남성이 가사일에 참여하는 시간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일상적인 가사와 자녀양육을 포함한 과다한 노동은 여성의 몫이다.
행복감 또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인으로 자신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자아수용감과 삶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살아가는 능력으로써 환경지배력을 꼽는다. 서양에서는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에 대한 성별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은 반면 국내의 연구들에서는 일괄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게 보고되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자아수용감이나 환경지배력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김영주 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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