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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운전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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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002|C|01_$}[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1990년 10월, 사우디 여성 47명은 기사가 모는 차를 타고 리야드 시내에 있는 슈퍼마켓에 집결했다. 그리고 기사를 돌려보냈다. 이들 중 4분의 1이 국제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곧 운전대를 잡아 나머지를 태운 후 리야드 시내를 달렸다. 얼마 가지 않아 종교경찰이 차를 세웠고 이들은 결국 경찰 본부에 끌려갔다.

사우디 여성들이 운전을 허용해 달라고 시위를 벌인 뒤 30년이 지나서야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 사우디에도 여성에게 운전이 허용됐다. 지금까지 사우디에서는 여성이 운전대를 잡으면 체포됐지만 내년 6월부터 여성도 차량과 오토바이 운전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현지 여성들은 환호하고 있다.
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정부는 내년 초 여성의 스포츠 경기장 입장을 허용했다. 또 1980년대 초 이후 약 35년만에 상업적인 영화관을 허용하면서 여성이 공공 장소에서 대중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됐다.

한달 전 취재차 사우디를 방문했던 기자는 사우디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몸소 체험했다. 리야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어 발목까지 덮는 길이의 검은 망토 모양 의상을 입고 머리에도 검은 천을 둘렀다. 사우디에선 여성 혼자 택시를 타는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낯선 시선을 감수해야 했다. 심지어 호텔을 제외한 식당에서는 여성이 혼자 식사를 할 수 없었고, 남성을 대동해야만 패밀리석에 앉을 수 있었다. 커피숍도 남녀 좌석이 칸막이로 분리됐다.

특이한 점은 식당에서 마주한 나이가 어린 사우디 소녀들은 세계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녀들은 글로벌 메이커가 만든 의상을 입고 쾌활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 기쁨도 잠시다. 사우디 소녀들은 6살 이후 더 이상 남자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으며, 남성이 모인 장소는 어디든 출입할 수 없다.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공직 대부분과 사업체는 남자 직원뿐이며, 여성이 구직을 원할 때는 남성 친척이 동행해야 한다.

사우디에서는 여성들의 투쟁이 지금도 조용히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여행이나 취업할 때 아버지나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남성 보호자 제도'가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사실 사우디의 여성경제활동 지원은 저유가 위기에 처한 정부가 찾은 돌파구다. 이 해법이 사우디 여성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오길 전 세계가 기대하고 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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