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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호상이라고요?

최종수정 2017.12.05 10:51 기사입력 2017.12.05 10:51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필자의 조부께서는 87세에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2000년 3월 일이다. 당시 문상오신 많은 분들께서 '호상'이라 했고 가족들도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17년 지금이라면 어떨까? 최근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필자가 노인의학 전공을 시작했던 게 2000년이다. 노인 인구 비율이 막 7%를 넘어선 시기다. 당시 예측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시기는 20년 뒤인 2022년이었다. 이를 두고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로 인해 고령사회에 대비할 시간이 20년 밖에 없다는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하지만 저출산과 맞물리면서 결국 예상보다 5년이나 빠르게 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됐다.

고령화는 일상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지하철에는 어르신들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신입생 수가 줄어들면서 문을 닫는 학교 또한 늘고 있다. 저출산ㆍ고령화라는 말을 같이 사용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병원에 오시는 분들도 확연히 달라졌다. 단순히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 환자수가 증가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르신들의 건강에 대한 인식과 평균적인 건강상태가 변화하고 있다.

20세기 이전에는 동서양 모두 평균 수명이 40세 전후였기에 환갑을 맞이한다는 것은 축복받을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60세에 돌아가신다면 안타깝게 요절하셨다고 봐야 한다. 은퇴기 이후에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노년기에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최근의 변화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십여 년 전 필자가 만났던 90대 환자분들은 대부분 건강을 타고난 분들이었다. 만성 질환도 거의 없었다. 반면 최근 진료실에서 만나는 90대, 100세 이상의 환자분들은 네댓 개 이상의 만성 질환은 물론이고 심지어 암을 포함한 난치성 질환을 겪으면서도 일상생활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80대에 암 진단을 받고, 수술 또는 항암치료를 고민하는 환자들이 부지기수다. 90대에 골절 수술을 위해 입원하기도 한다.

문제는 평소에는 기억력도 좋고 거동에도 어려움이 없었지만 큰 건강상 문제가 생겨 입원을 하게 되면 병의 완치 유무를 떠나 이전과 같은 상태로 회복이 어렵고 결국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소위 말하는 '고위험 환자'이기 때문이다. 수술이나 시술 등 각종 치료와 관련해 고려할 사항이 많아지게 되고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진다.
하지만 만약 내 가족이나 부모님이 암 진단을 받았다면 어떨까. 아마도 고령임에도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받고 싶은 것이 현실일 것이다. 더 이상 예전처럼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포기하고 '호상'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말기 심부전이나 신부전 등 정말 건강상태가 나쁘거나 말기 치매 환자와 같이 삶의 질이 떨어진 상황에서의 고위험 치료의 결정은 쉽지 않은 문제다. 때로는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또 하나의 어려운 결정에 직면하기도 한다. 현재 고령 환자가 가진 의료에 대한 욕구는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차원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는 비단 의학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경제적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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