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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핵무력 완성 선언과 선군정치의 종결

최종수정 2017.12.04 10:00 기사입력 2017.12.04 09:56

정완주 정치부 부장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새벽에 기습 발사한 것은 여러모로 파장이 컸다. 75일만의 도발과 미국 본토 전 지역이 사정거리에 들어간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화성-15형이 이전 탄도미사일보다 기술적으로 진일보했다는 점에 대부분 의견을 같이 했다.

물론 ICBM 성공의 관건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성공했다는 단서는 이번에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미국 CNN과 폭스뉴스는 미국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화성-15형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 부서졌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의 화성-15형 도발 후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ICBM의 기술적 완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북한의 느닷없는 '핵무력 완성 선포'가 바로 그것이다. 왜 북한은 화성-15형 발사 후 핵 완성을 선언했을까.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은 단순한 차원의 발언이 아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先軍)정치를 오히려 뒤엎는 선언이다. 궁극적으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권력구도 완성과 맞물린다. 선군정치가 아닌 선당(先黨)정치로 완전히 선회하기 위한 대내외적 명분이라는 것이다.

선당정치의 의미는 북한 경제의 부흥이다. 북한이 그동안 주력해 온 '핵ㆍ경제 병진정책' 중 핵 개발을 마무리 짓고 경제개발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경제제재는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북한 경제구조를 휘청이게 만들었다. 그동안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중국이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도 북한의 부담을 가중시켰을 것이다.

김정은은 정치의 무게중심을 노동당 중심의 선당정치로 노골적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노동당 대회 이후 권력서열 개편은 그 연장선이었다.

북한은 지난해 6월29일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정은을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기존의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를 경제와 외교ㆍ통일까지 관장하는 국무위원회로 대체한 것이다. 이로 인해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권력구조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또 있다. 통일전선부의 외곽조직에 불과했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정식 국가기구로 승격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대남 평화와 대화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선군정치의 상징적 종말은 숙청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최근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번 숙청이 김정은의 최측근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최룡해 주도 하에 당 지도부가 군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을 진행해 황병서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김정은 위주의 권력구조 개편 과정을 보면 핵무력 완성의 선포가 결코 느닷없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두 가지다.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 보유국을 인정해야만 대화에 임하겠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선제타격도 불사하겠다는 위협을 감추지 않는 상황이다. 강대강의 대치 국면이 풀리지 않는 지점이다.

이 시점에서 고차방정식의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절박감이 강해질수록 대화의 명분과 여지를 만들기 위한 물밑 작업에 치중할 것이다. 한미 당국은 북한에 대한 냉철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그 지점을 찾아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분명한 사실은 북한의 지금 상황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완주 정치부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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