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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국립문학관 건립 장소는 함부로 정하는 게 아니다

최종수정 2017.12.01 10:47 기사입력 2017.12.01 10:47

이상문 소설가·前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 용산 옛 미군기지에 국립현대문학관을 건립하는 계획이 일시 보류됐다. 서울시의 반대 때문인데, 그 이유가 "옛 미군기지 터엔 어떤 건물도 짓지 말고 생태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시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한다. 문체부는 지난 11월8일, 자문기구인 문학진흥정책위원회의 세 차례 심의 끝에 나온 기본계획을 공청회를 거쳐 결정해 그 내용을 발표한 바 있고, 서울시는 그 다음날 "생태역사공원으로 거듭나야 할 용산공원안과 충돌한다"고 성명을 내 반대한 것이다.

이를 보는 문인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입장과 처지가 곤혹스럽다는 데 동의한다. 특히 문인단체의 추천인사들은, 지난해 수차례 공개된 자리에서 세미나식 모임을 갖고 애썼던 결과가 이런 것인가 해서 매우 당혹스러워 한다. 또한 그동안 문학관 유치를 위해 애써온 24개 지방자치단체들은, 서울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어디에도 문학 분야를 위한, 작고ㆍ현역 문인들과 그들의 작품과 정신을 위한, 국립 혹은 시립의 공간이 없다. 그러나 음악ㆍ미술 분야는 오래전부터 공연장과 역사관을 겸한 전시장들이 괜찮은 곳마다 자리 잡고 앉아 있다. 당연히 정부와 서울시는 그때그때 장소를 내주고 막대한 비용을 들였다.

문학 분야만 유독, 정부와 서울시한테 이유도 모르고 홀대받아 온 결과인가. 얼마간은 그런 점도 없지 않다. 문학은 공연예술이 아니다. 문인과 독자의 시각적인 동시 향유 효과가 매우 떨어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누군가의 낯을 내게 하고 홍보 효과를 거두게 하기 어렵다. 그런 까닭에 문인의 활동은 아주 조용히 이뤄지는 것이니, 도리어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얼마든지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본ㆍ중국ㆍ타이완ㆍ독일 등 국가들의 근현대문학관들이 그 나라 문학수준에 비해 비교적 늦게 개관됐다. 그러나 그 나라 수도의 괜찮은 자리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극소수 문인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초대로 이미 개인문학관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러다보니 한국의 문인들은 선배 문인들의 유산 관리에 무관심했고, 그것들이 국가의 주요 문화유산이란 생각조차 못했으며 세월 따라 상당수가 상실되고 흩어져 버렸다.
2015년에 문체부에서 문학관 건립 결정을 하고, 장소를 공모했을 때도 정작 문인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놀라운 일'에서 현실감을 갖지 못한 탓이었다. 비로소 작년 2월에 문학진흥법이 제정 시행되었을 때에야 "되긴 되는가 보다" 했다. 이때 이 일에 관심을 크게 가진 곳은 앞서 말한 24개 지방자치단체들이었다. 여기에는 서울의 3개 자치구가 들어가 있었다. 이와 함께, 문학관이 이미 어느 지역으로 가게 돼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이때 문인단체 추천 인사들이 자리를 같이해서 세미나식의 공개토론을 벌였다. 그 끝에, 장소의 상징성은 물론 내외국인의 접근성 등등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문체부와 자문기구인 문학진흥회가 문학관의 명칭을 확정하고 건립 장소를 발표하기 전까지 이런 사정이 감안됐고 그런 과정이 있었다. 이제 서울시는 반대 입장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내놔야 할 때다. 반드시 특정 지역 일부 시민들이 아닌 서울 시민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선명한 이유여야 한다.

문학은 인간 생태의 기록이다. 어느 예술 분야 보다 구체적이다. 누구든 값싸고 손쉽게 손에 쥐고, 어느 때든 어디서든 제 미래를 여는 열쇠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상문(소설가ㆍ전국제PEN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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